네타냐후 “팔 무장해제땐 독립국 찬성”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동예루살렘 반환 불가… 정착촌은 계속 건설” 조건 전격 제안

오바마 “중요한 진전” EU “환영”… 팔 “수용 못하겠다” 일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팔레스타인의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팔레스타인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 중동평화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네타냐후, “비무장 팔레스타인 독립국 찬성”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의 바르일란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이 무장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한다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비무장이기는 하지만 강경보수파인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각각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 주도의 중동평화 협상이 큰 힘을 받게 됐다.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평화 회담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온건파인 에후드 올메르트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두 국가 해법에 합의했지만 올 3월 취임한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반대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어디까지를 팔레스타인의 영토로 인정할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통합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동예루살렘은 반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국가 수도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요르단 강 서안에 이스라엘인 정착촌 건설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환영 한목소리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며 보수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두 국가 해법 수용을 요구했으며, 이달 4일 이집트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지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은 (중동 평화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체코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고, 프랑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해제 국가, 수용 불가”

하지만 정작 팔레스타인 측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평가절하하며 ‘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무장해제와 동예루살렘 반환 거부, 서안에 정착촌 건설 강행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치·무장단체 하마스는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요르단 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도 대변인을 통해 “그의 발언은 모든 (평화 정착) 노력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네타냐후 총리의 두 국가 해법 수용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외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BBC는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요구했던 정착촌 건설 중단을 네타냐후 총리가 거부했기 때문에 미국이 그의 제안을 전폭 지지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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