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는 순진하지 않다’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그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북한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을 위협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전제(專制) 정권들과 대화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순진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가진 회담에서도 도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북(對北) 보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은 궁극적 목적이 북-미 대화든, 핵무기 보유든, 양쪽 모두든, 결국 미국의 새 행정부를 움직여 보려는 도발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미국의 경고가 단순한 엄포가 아닐 것임을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북이 로켓을 발사한 4월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하는 비전을 천명했다. 조지 케이시 미 육군 참모총장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도 전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간단히 답한다면 그렇다”고 했다.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한미 양국은 이달 중순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또는 공동발표문 형태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국 국방장관이 수석대표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끝내면서 공동성명에 삽입하던 수준을 넘어 정상 차원으로 격상하려는 것이다. 북의 추가적인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서는 핵우산 제공의 문서화가 긴요하다.

북은 핵실험에 그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북이 ICBM 발사 실험을 예고했기 때문에 ‘실제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의 추가 핵실험 이후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의 평양 방문을 취소했다. 북-중이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불만의 표시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도 적극 연대해 추가 도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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