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학자들이 유교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를 22일 중국에서 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장(浙江) 성 퉁루(桐廬) 현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의 각계 인사 160여 명이 참석해 중국에서 충의와 절개의 대표적 인물로 추앙받아온 엄자릉(嚴子陵)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고 23일 전했다.
자릉은 2000년 전 서한(西漢) 말∼동한(東漢) 초 인물로 서한이 멸망하자 퉁루로 낙향해 양가죽을 걸치고 강가에서 낚시하면서 절개를 지켰다. 그와 함께 공부한 친구(광무제)가 동한을 세운 뒤 벼슬을 내렸으나 이를 거부한 고사로 유명하다.
이날 행사에는 고려 때 문신으로 고려가 망하자 부여로 낙향해 절의를 지킨 한국의 대표적 은사(隱士) 퇴암 김거익(金居翼)과 자릉의 공통점을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퇴암 역시 절친한 친구인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우의정을 내렸으나 이를 거부하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 한중일 학자들은 퇴암과 자릉이 충의를 지킨 과정과 정신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또 충남대의 김주백 교수 등 한국 학자들이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면서 자릉 등 유교 선현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상하이(上海) 주재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유교는 사람의 도리를 많이 담고 있고 유학사상은 현대 사회에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또 일본 규슈(九州) 퇴계학연구회 소속 일본 학자 역시 “인간이 상품화되는 현대에 유교사상이 강조하는 도덕과 신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