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범죄단체 활개… 한국기업 등 피해 속출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러시아 범죄 단체들이 경제위기를 틈타 독버섯처럼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외국 회사에까지 손을 뻗쳐 한국 업체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외국 회사 잇따라 피해

지난달 2일 한국의 A사는 화물을 통관하던 도중 컨테이너 3개를 러시아 동남부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활동하는 한 범죄조직에 의해 탈취당했다. 1990년대 이름을 떨친 이 조직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 시절 대부분 소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조직이 재건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 업체가 피해를 본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엔 이 조직에서 분리된 체첸 공화국 출신의 범죄조직 두목이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화물 금액의 절반 수준인 40만 달러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 종적을 감췄던 러시아 지방 범죄단체들이 분파를 만들어 모스크바에 다시 등장함에 따라 러시아의 외국인들은 요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화물을 빼앗긴 한국 업체는 보복이 두려워 아직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모스크바에 매장을 연 한국의 B사는 폭력조직의 협박을 받고 유럽에서 들여오던 상품 반입을 중단했다. 이들 폭력조직은 “우리 손을 거치지 않고 물건을 수입하면 장사를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B사 직원들은 전했다. 한국 기업 C사도 최근 범죄조직에 건물 일부를 빼앗겼다.

러시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외국회사 직원들은 “1990년대 주로 러시아 기업을 상대로 갈취를 일삼아온 러시아 마피아 범죄조직이 최근 범죄 표적을 외국 기업에까지 넓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로 범죄 활성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모스크바에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외국인을 사제 폭탄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 결과 범인들은 주로 지난해 직장을 잃은 청년 실업자였다. 한 경찰관은 “경제위기가 신생 조직과 대형 조직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간 이토기는 올 2월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젊은층이 자생 조직을 만들어 스킨헤드의 분파에 가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리를 면도기로 깎고 복면을 한 스킨헤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 테러에 앞장섰던 집단이었다. 최근 피해를 본 외국 기업에 따르면 카지노와 사채시장 등 지하경제에서 기생하던 대형 범죄조직은 최근 지방 관료와 경찰까지 매수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범죄 급증

모스크바 경찰은 올해 청년 실업자로 구성된 자생 범죄조직이 모스크바 근교에만 10개 이상 생겨나 지역 폭력조직이나 스킨헤드 조직에 흡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일간 베르시야는 5일 스킨헤드 조직이 최근 6개 파로 분열한 뒤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슬라브 연합’이라는 조직은 스킨헤드의 원조라고 자처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는 ‘합법적 조직’으로 변신하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범죄 조직은 경제위기로 거점을 지방에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인은 “범죄단체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이들이 외국 회사까지 범죄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당국에 호소해도 범죄 재발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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