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어닝시즌 “실적 악화 속도 줄었지만…”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도대체 누가 바닥을 쳤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더크 메이어 AMD 최고경영자)

“경기 전환점을 돌았다고 본다. 미래를 강하게 확신한다.”(루 프랭크포트 코치 최고경영자)

일부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고 경기 호전 신호가 잇따르면서 경기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실적 발표가 쏟아지는 ‘어닝시즌(earning season)’에 이들의 성적표는 경제 상황을 가늠케 해주는 주요한 지표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수익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태다. 하지만 상당수가 “가팔랐던 감소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경기 반등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선 미국 델타항공은 1분기 순손실 규모가 7억94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63억9000만 달러에 비해 줄었다. 델타항공은 5, 6월 좌석 예약률이 높아진 점을 근거로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매출이 15% 이상 늘어난 영국 소매업체 테스코는 “아시아는 물론 동유럽 경제 위기로 타격받은 헝가리와 폴란드 소비자들도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기대감 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수치는 여전히 암울하다.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순익이 74% 줄었고 푸조 시트로앵은 매출이 25% 감소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AT&T의 1분기 수익은 9% 줄었고 야후는 78%나 하락했다. 건설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1930년 초 이후 최악의 실적 하락세가 예상된다”며 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WSJ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끝나려면 앞으로 최소 6개월은 더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경기바닥 논쟁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소매업체의 매출과 소비자 지출 등에서 일부 긍정적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1.3%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내년에나 더딘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정상화까지 길고 힘든 시기를 지나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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