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군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된 선장 5일 만에 극적 구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오바마, 軍통수권자 성공데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붙잡혔던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53·사진)이 억류 닷새 만인 12일 극적으로 구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민 보호라는 군 최고통수권자로서의 첫 시험대를 통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출작전=11일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시간, 낙하산을 탄 해군특수부대요원(네이비실스)들이 소말리아 인근 인도양 해역 미군 구축함 USS베인브리지호 주변에 긴급 투입됐다. 나흘째 대치 중인 해적들에 대한 군사작전이 본격 개시된 순간이었다. 구축함 주변엔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수륙양용 공격함, 헬기를 탑재한 호위함, 전투기 등이 포진했다.
구축함에 작전본부를 차린 요원들은 12일 오전 구명정에 있던 해적 4명과 무선교신을 시도했다. 해적들은 선장을 묶어놓고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미군은 작은 보트로 물과 식량을 건네준 뒤 해적들에게 “파도가 잠잠한 해상으로 예인해주겠다”고 유인했다. 연료가 바닥나 표류 중이던 해적들이 동의하자 케이블로 구명정과 구축함을 연결했다. 두 배의 거리는 25m 남짓이었다.
구명정이 소말리아 연안에서 28km가량 떨어진 바다로 옮겨졌을 때 10대 후반의 해적 1명이 “전화를 걸고 싶다”며 미군함으로 옮겨 탔다. 손에 상처가 심한 상태였던 그는 사실상 투항한 것이다. 해적 2명이 구명정 해치(갑판구멍) 쪽으로 이동하고 다른 한 명이 AK-47소총을 선장 등에 갖다대며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순간 미군 저격병들의 총에서 불길이 뿜어졌다. 동시에 요원들이 구명정과 연결되어 있던 케이블을 타고 구명정에 올라탔다. 그 사이 필립스 선장은 미군 보트로 구조됐다. 해적 3명은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 최고통수권자로서의 성공적 데뷔=구조작전이 성공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필립스 선장의 안전은 우리의 최고 관심사였다”며 “해적들의 창궐을 막아낼 것을 다짐하며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유사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도 “오바마 대통령이 인질사태 발생 직후에는 침묵을 지켜왔지만 사실은 이번 사태 해결에 최고 우선순위를 두고 대처해 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17회의 브리핑을 받으며 사태해결을 진두지휘했다”며 “긴급작전명령도 직접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밤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직후 소말리아 해역에 급파된 미 해군 부대에 필립스 선장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적절한 무력’의 사용을 허가했고, 11일 오전 9시 20분경에는 선장의 생명이 위험해질 경우 소말리아 해적을 사살하는 것을 포함한 긴급작전권을 미 해군에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최고사령관이 미군을 효과적으로 통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군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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