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50년 反美’ 접고 공생 나서나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아바나에 봄이 오는가.’

50여 년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독재정권하에서 반미와 사회주의를 내걸어온 쿠바에 변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7일 카스트로 전 의장이 바버라 리 민주당 의원 등 미국 하원의원 3명과 만난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리 의원은 2시간을 만난 뒤 “지금이야말로 쿠바와 대화할 시기”라며 “쿠바는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중남미의 ‘반미 리더’로 꼽히는 인물. 따라서 이번 만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쿠바가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이날 쿠바를 방문한 미국 의원 6명 중 3명을 집까지 초대했으며 그의 부인이 직접 이들을 마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의원들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변화 노력에 (우리가) 어떻게 협조할 수 있는지 물었다”며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스트로 전 의장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6일 미국 의원 6명과 접견했다. 외신들은 이 자리에서도 양국 관계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았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한 미-쿠바 관계의 해빙무드는 2월 미국 하원이 쿠바와의 무역 및 가족방문 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달 31일 미국 상원의원 21명이 쿠바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행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구체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쿠바 정부가 해저유전에 2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유전이 개발되면 올해 안으로 쿠바의 일일 석유생산량이 52만 배럴에 이르고 해외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쿠바 정부가 미국이 금수조치를 해제할 경우 미국 석유회사의 유전개발 참여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고 3일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이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 폐쇄적 체제에 대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지난해 7월엔 획일적인 소득분배를 더는 추구하지 않겠다며 ‘실용적 공산주의’를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도 국영기업의 외화지출 통제 완화, 해저유전 외자 유치, 식품 배급시스템 개혁 등이 이어지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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