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대 ‘스캔들’ 수술대 위로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교수 1600명 제약사와 연관… 투명성 평가 F

하버드대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맷 저든 씨는 1학년 때 약리학 수업을 듣고 교수의 강의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콜레스테롤 약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그 약의 부작용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은 무시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이유를 알아본 결과 그 교수는 5개 콜레스테롤 관련 제약회사를 포함해 모두 10개 제약사의 유급 고문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4년이 지난 현재 저든 씨처럼 제약회사와의 지나친 유착에 문제를 제기하는 하버드대 의대생은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명문 의과대학 하버드대 의대가 일부 교수의 제약회사 유착 스캔들에 휘말려 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속병원과 연구소를 포함한 하버드대 의대 교수 및 강사진 8900명 가운데 1600명이 제약회사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대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머크는 각각 교수 149명, 130명에게 재정지원을 했다. 한 교수는 무려 47개 제약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집단 반발로 난처해진 학교 측은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19인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학생 대표 3명을 포함시켰다. 모든 교수와 강사는 수업시간에 제약회사와의 연관성과 관련해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이 대학 1학년인 키르스텐 오스타드 씨는 “점점 상업화하는 잘못된 환경에서 의학을 배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외부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미국 의대생연합이 대학과 제약회사 간 관계를 살펴본 투명성 평가에서 하버드대 의대가 낙제점인 F를 받은 것. 반면에 경쟁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는 A, 스탠퍼드 컬럼비아 뉴욕대 등은 B를 받았다.

제프리 플라이어 하버드대 의대 학장은 “그동안 정부 돈은 물론이고 제약회사의 돈을 받는 데 앞장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적절히 관리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제약사 돈을 끊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하버드대 발행 채권이 채권시장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신용등급은 최고인 ‘AAA’이지만 같은 등급의 기업이나 다른 대학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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