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맥경화 ‘1조달러 처방’ 약효볼까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내주부터 돈 풀어 대출유동화 증권 투자 촉진

소비자 대출-내수 활성화로 이어질지 미지수

미국 정부가 금융권에서 소비자들에게 돈이 흘러가도록 만들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1조 달러 규모의 ‘돈맥경화 해소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경제가 바닥 모르는 침체로 추락했던 원인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 재무부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이 같은 ‘돈맥경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10일 금융안정대책의 일환으로 1조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 규모 7870억 달러보다 더 큰 액수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게 될 ‘돈맥경화 해소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 대출유동화증권 거래 재개가 관건

미국 은행들은 모기지,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카드 대출, 학자금 대출 등 각종 자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한 뒤 이 대출을 기초로 대출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이 이 증권을 매입하고 이 자금을 또다시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대출유동화증권의 발행이 급감했다. 각종 대출이 부실화한 데다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대출유동화증권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 1조6000억 달러에 이르렀던 대출유동화증권 거래 발행 규모는 지난해 3139억 달러로 줄었다. 올해 들어 2월 10일까지는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손실 누적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대출유동화증권 발행까지 막히면서 대출 재원이 부족해졌다.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들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다.

○ 투자자들에게 저리 자금 공급

미국 정부는 결국 이 같은 신용경색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로 했다.

자동차 대출, 카드 대출, 학자금 대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대출 등을 기초로 발행되는 대출유동화증권을 구입하는 투자자들에게 대출 종류에 따라 투자자금의 84∼95%를 연 1.5∼3.0%의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대출유동화증권의 수익률이 4∼5% 수준이므로 투자자들은 앉아서 최고 3.5%의 금리 차익을 낼 수 있다. 게다가 대출이 부실화돼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일단 다음 달 초 2000억 달러를 시작으로 대출에 나선 뒤 1조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출유동화증권 발행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일반 소비자 대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계산이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벌도록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실업이 늘고 소득이 줄면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은행 국유화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른 데다 은행들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돼 있어 정부 계획이 ‘돈맥경화’ 현상을 풀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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