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광고폐지, 정체성 확립 메시지”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스피츠 佛언론개혁 ‘미뇽보고서’ 작성 민간대표

최근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개혁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경쟁력 제고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에마뉘엘 미뇽 특보가 이끄는 특별위원회는 ‘언론개혁보고서(미뇽보고서)’를 통해 신문 방송 간 소유제한을 완화해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며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의회는 그 일환으로 공영방송 광고 폐지 등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한 방송법 개정안을 5일 통과시켰다. 그 다음 날 인쇄매체발전대책위원회 베르나르 스피츠(50·사진) 총괄조정관을 파리에서 만났다.

일간지 르몽드 기자 출신인 스피츠 조정관은 ‘미뇽보고서’에 민간 부문 대표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 ‘BS콩세이유’의 대표이다.

그는 이번 방송법안의 핵심 중 하나로 공영방송의 광고 폐지를 꼽았다. 그는 “공영방송이 광고재원 확충을 위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면서 ‘민영과 공영방송이 내보내는 프로그램의 차이가 없는데 왜 수신료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며 “지상파 디지털의 출범으로 채널이 많아지고 시청자가 분산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개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공영방송인 텔레비지옹은 이미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인 1월 5일부터 5개 채널에서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6시 광고를 폐지했다. 2011년 11월에는 광고를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스피츠 조정관은 “이전 정권에서 좌파들이 공영방송의 광고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우파를 대변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를 실행에 옮겼으니 비난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좌파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공영방송 광고 폐지에 따라 연간 116유로의 수신료를 2009년에 2유로, 2010년에 2유로씩 인상하기로 했으며 민영방송의 광고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공영방송의 재원 부족분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개정안은 또 한국의 방송위원회 격인 시청각최고위원회(CSA)가 선임하던 공영방송사 사장을 국무회의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이 조항을 둘러싸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

스피츠 조정관은 “아무나 고르면 반작용이 생기고 국회에서 공격 대상이 될 게 뻔해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무회의에서 선임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전권을 휘두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의지에 대해서는 “미디어 그룹이 고용과 매출에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 프랑스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뇽보고서에 신문을 살리는 게 급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처럼 2009년에는 언론에 모든 위험이 닥쳐올 것”이라며 “프랑스 신문은 값비싼 생산비, 유통망의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데다 콘텐츠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를 미뇽보고서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스피츠 조정관은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신문을 지원한다”면서 “신문은 공론장을 형성하는 민주주의의 한 축이자 인터넷 시대에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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