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프랭크, 10년간 한국인 300명 운반책 이용”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 국정원, 1998년부터 추적

한국 - 유럽에 코카인 - 대마 수백 kg 공급 추정

통관 허술한 한국 ‘세탁지’ 삼아 18國넘나들어

해외에서 대량의 마약이 국내로 밀반입되던 1998년.

이에 맞서 ‘국제범죄단’을 새로 조직한 국가정보원은 당시 서울 이태원에서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마약을 밀거래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정보원을 통해 코카인 400g을 4000만 원에 직접 사들여 유통과정을 추적했다. 나이지리아 범죄 조직이 ‘마약 청정국’인 한국을 이용해 대규모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조직의 두목은 국내 마약사건 역사상 최대 규모인 ‘프랭크파’의 오비오하 프랭크 치네두(41).

프랭크는 국정원과 검찰의 10년에 걸친 추적 끝에 해외에서 체포돼 지난해 9월 한국에 송환된 뒤 지난달 30일 법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사당국으로선 나이지리아의 범죄 조직은 매우 까다로운 존재였다. 민족애가 강해 여러 조직이 얽혀 있는 데다 감옥 뒷바라지를 철저히 해줘 프랭크에 대해 잘 털어놓지 않았다.

1년간의 추적을 통해 국정원은 나이지리아 조직원들의 신원과 이들이 연루된 10여 건의 마약사건을 파악했다. 국정원은 합법적인 통신 감청 등으로 기회를 엿봤다.

프랭크의 꼬리를 잡은 것은 독일과 일본 수사당국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서였다.

일본 수사당국은 매월 100kg의 대마가 한국에서 밀반입되고 있는데 관련 서류에서 프랭크가 운영하는 무역회사의 팩스 번호가 나왔다고 알려왔다. 독일 측은 프랭크파에 배달되는 특급 우편물 속에 코카인이 들어 있다는 정보를 전했다.

수사진은 우편배달원으로 위장해 우편물을 건네며 프랭크파 조직원을 체포했다. 프랭크파 6명을 구속하고 2명을 추방했는데 눈치 빠른 프랭크는 2002년 6월 위조 여권으로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갔다. 그는 입출국 시 사인을 위조하고 미국인 사업가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18개국을 떠돌며 수사진을 따돌렸다.

네덜란드에서는 한국인 여자친구 등에게 전화를 걸어 “2000달러를 줄 테니 페루의 친구에게서 여행 가방을 받아 유럽으로 가져와 달라”는 식으로 마약을 운반시켰다.

한국 여성들은 해외 공항에서 줄줄이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붙잡혔다. 검찰은 해외 구치소로 여성들을 찾아가 프랭크의 행적을 쫓았다.

국정원은 프랭크를 한국으로 유도하기 위해 통신 감청 등으로 프랭크파를 실시간 추적했다. 결국 국제적 공조 수사를 통해 프랭크는 2003년 10월 독일 공항에서 인터폴에 붙잡혀 덴마크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5월 탈옥한 뒤 중국 선양(沈陽)에 잠입했다. 선양의 한국인들마저 꼬여내 마약을 중개한 프랭크는 2007년 2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프랭크파가 한국인 300여 명을 이용해 10년 동안 수백 kg의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측은 “프랭크파에 속은 한국인 마약사범은 현재까지 23명이 확인됐고 대부분 외국에서 2∼7년씩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며 “마약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국제 마약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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