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장의 몰락… 중국판 ‘뉴딜’이 살려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80년전과 오늘, 수출대국 비슷한 길 걷고있다” 주식 대폭락 사태로 대공황의 시작을 알렸던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에 모여든 투자자들(왼쪽 사진)과 최근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중국 광둥 성의 한 공장 앞에 몰려든 실직자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80년전과 오늘, 수출대국 비슷한 길 걷고있다” 주식 대폭락 사태로 대공황의 시작을 알렸던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인근에 모여든 투자자들(왼쪽 사진)과 최근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중국 광둥 성의 한 공장 앞에 몰려든 실직자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임기반 과잉생산 후유증… 내수 살아나야 연착륙

중국이 미국발 금융 위기의 찬바람을 막아줄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중국 경제의 현주소가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 미국 상황과 매우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클 페티스(경제학)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공황(1929∼1931년) 직전인 1920년대에 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미국은 현재 중국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 “1920년대 세계 공장은 미국”

중국이 현재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제1차 세계대전 직후 1920년대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버팀목이자 최대 수출국은 단연 미국이었다.

당시 미국은 값싼 노동력과 산업 전 분야에 대한 투자 붐으로 매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은 계속 물건을 쏟아냈고, 결국 국내 소비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증시는 상승을 계속했고 거품이 쌓여갔다. 1929년 10월 24일부터 시작된 주식 대폭락 사태로 ‘잔치’는 끝났고, 미국발 경제 한파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위기에 빠진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채무 독촉을 하자 세계 경제는 차례차례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미국이었다. 페티스 교수에 따르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처럼 수출 주도형 성장을 지속해 온 국가는 생산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수입에 의존했던 국가들은 자국 내 생산력을 늘려 내수 경기를 단기적이지만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낙관할 수 없는 중국 경제 연착륙

물론 당시 상황이 또다시 재연될 것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1920년대 미국처럼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으로선 당시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로 대폭 낮춰 전망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구책으로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4조 위안(약 5900억 달러)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중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4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집행 중이거나 발표된 사업이며, 1조 위안 정도만 신규 사업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수 경기를 진작하기에는 미진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보호무역 장벽이 다시 높아져 국가 간 무역 전쟁으로 번지면 중국 내수 경기는 추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미국발 경제 한파 속에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中 “8% 경제성장 사수하라”▼

내년 경제기조 실업대란 차단에 주력

중국 지도부는 내년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8%의 경제성장률 달성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중국 지도부가 8일부터 3일간 베이징(北京) 징시(京西)호텔에서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도 경제기조를 이같이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균형 위주로 짜오던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을 ‘대규모 적자 불사’ 정책으로 바꾸고 긴축 위주로 해오던 기존의 통화정책도 ‘적절한 완화’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중앙정부의 예산은 올해보다 적자가 1000억 위안(약 21조1140억 원) 늘어난 2800억 위안 적자로 짜일 것이라고 충칭(重慶)만보가 8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하반기 들어 1년 만기 대출금리를 7.47%에서 5.58%로 4차례나 내린 데 이어 내년에도 2, 3차례 금리를 더 내려 경제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8% 성장률’에 집착하는 이유는 8% 성장을 하지 못하면 실업률이 급격히 올라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8% 성장을 유지하면 약 90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돼 실업률을 4.5% 선에서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와 올해 실업률은 4%였다.

하지만 중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중국 내외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일 발표한 ‘중국 2009년도 경제청서’에서 9% 성장률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7.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 국제통화기금(IMF)은 8.5%로 내다봤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투자연구소 장한야 연구원은 “철도 수리 등 투자가 정점에 이르지 못한 분야가 많은 만큼 중국은 앞으로도 고속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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