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기업 줄도산… 中 실직 농민工들 고향 앞으로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중국 산둥 성 칭다오 시의 한 인력시장에 노무자를 구하려는 사람이 차를 타고 오자 기다리고 있던 농민공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루짜리 일감이라도 찾아야 하는 게 요즘 중국 농민공들의 처지다. 사진 출처 밍보
중국 산둥 성 칭다오 시의 한 인력시장에 노무자를 구하려는 사람이 차를 타고 오자 기다리고 있던 농민공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루짜리 일감이라도 찾아야 하는 게 요즘 중국 농민공들의 처지다. 사진 출처 밍보
충칭 등 열차역 초만원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갔던 중국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저임노동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고향엔 그들을 받아줄 기업이 적은 데다 설령 일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임금이 동부 연안지역보다 크게 싼 편이어서 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농민공은 약 2억 명으로 추산된다.

2800여만 명의 인구 가운데 700만 명이 외지로 나간 중국 중서부 도시 충칭(重慶)의 열차 역은 요즘 직장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농민공들로 초만원이다.

23일 충칭만보에 따르면 지금은 농민공들이 고향을 찾는 춘제(春節·중국 설)가 아닌데도 광둥(廣東) 성의 광저우(廣州)에서 충칭으로 오는 열차엔 보따리를 이고 진 농민공이 수두룩하다.

이에 따라 충칭의 대형 인력시장엔 고향으로 돌아온 농민공들이 가세하면서 구직자가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5일) 전보다 20∼30%씩 늘었다.

많은 농민공을 동부지역으로 내보냈던 쓰촨(四川) 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구 80만 명인 청두(成都) 진탕(金堂) 현은 올해 들어 9월까지 외지로 나간 18만 명의 농민공 가운데 5000명이 직장을 잃고 되돌아왔다. 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원인은 동부 연안지역 수출기업들의 줄도산이다.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 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도산했거나 사실상 조업을 중단한 기업은 1259개로 전체의 8.1%에 이른다. 조업 중인 기업들도 대부분 20∼30%씩 감원해 원저우 시의 실업률은 20%까지 올라갔다.

저장 성과 광둥 성의 연안 지역이 대부분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신발 완구 방직 가구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경영난이 더욱 심각하다고 청두상보 등 중국 언론이 전했다.

23일 청두 위후이(宇輝) 노무인력 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기웃거리던 량원취안(梁文權·41) 씨는 “저장 성 타이저우(臺州)의 한 신발공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실직했다”며 “고향에서 직장을 찾고 있지만 과거 받던 월급과 차이가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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