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새 파수꾼 절실…新브레턴우즈 시대 열자”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英총리 회담 제안… “IMF-세계은행으론 한계 드러나”

미국과 유럽 각국의 은행에 대한 달러 무제한 공급 조치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현재의 국제 금융체제의 결함을 보완할 새로운 국제 금융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한 것은 영국 정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3일 “신(新)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신브레턴우즈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1944년의 브레턴우즈 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당시처럼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모색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현재의 체제로는 국제적 금융위기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이번 사태로 명백해졌다”며 “세계적 자본 이동에 따른 혜택은 높이면서 동시에 시장 실패에 대한 위험은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역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지적하며 프랑스와 유럽 중심의 새 국제 금융 시스템을 주장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도 이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미국과 유럽 등 이해관계가 다르고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세력 간의 조율과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프랑스의 주장 역시 국제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체제를 주도해 리더십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중앙대 신인석(경제학)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는 국제중앙은행과 세계적으로 합의된 기준의 국제 금융감독 기구가 필요하다”며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이 참여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다만 자본 이동을 자유화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브레턴우즈 체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인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에 44개국 정부 대표가 모여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려고 만들어낸 시스템. ‘달러 기준 고정환율제’,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의 창설이 핵심이다. 1970년대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고 변동환율제가 확산되면서 이 체제의 골간은 무너졌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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