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長壽가 재앙이 되기 전에…”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17년뒤엔 22%가 75세이상 될것” 비상

2005년 국민의료비 65세 이상이 절반

재원 마련-시스템 정비 새 시험대 올라


세계 제일의 장수국가 일본이 ‘장수가 곧 재앙’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고 있다.

저출산으로 출생아가 주는 데다 노인 인구 비중은 크게 늘어 사회적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부터 사회 시스템 정비까지 일본은 시험대에 올랐다.

○2025년 근로 2명이 노인 1명 부양

15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2819만 명(인구의 22.1%). 75세 이상 고령자는 1321만 명으로 10.3%를 차지했다.

미래를 내다보면 더욱 암담하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일본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3635만 명(인구의 30.5%), 75세 이상은 2100만 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15∼64세의 ‘일하는 세대’ 2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2050년이면 1.5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아소 “고령자 의료제도 바꿀것”

일본은 노인에 대한 연금과 의료, 간병 등의 준비에 초비상이 걸렸다. 가장 먼저 불씨가 된 것은 의료비.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05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사용한 의료비는 국민 의료비의 절반 정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가 보험 재정을 크게 위협하자 2006년 일본 정부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2025년을 목표로 의료비 지원금 7조 엔을 삭감한다는 ‘의료제도 구조개혁 시안’을 공표한 것.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병원 등에 대한 보조금 삭감이 진행되자 노인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4월부터 시작된 ‘후기고령자 의료제도’는 75세 이상 고령자를 기존 국민건강보험에서 따로 떼어내 보험료를 연금에서 강제징수하고 자비부담을 늘려 거센 반발을 샀다. 새 제도는 그동안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등재돼 있던 노인에게까지 보험료 납부를 의무화했다.

이 문제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자 24일 총리에 취임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총재는 유세 과정에서 후기고령자 의료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 밖에도 노인 장기입원자에 대한 식비와 주거비의 정부 지원을 중단하고 지자체에 노인의 평균 입원일수 단축계획을 만들도록 했다. 매스컴에서는 고령자가 의료보험이 끊겨 병원에서 강제 퇴원당하는 사연 등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

고령자의 자살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자살자 3만3000여 명 중에는 60세 이상이 1만2100여 명을 차지했다.

이 때문이 ‘노후 지옥’ ‘노후 불안대국’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간병인력 부족… “로봇에 대행을”

일하는 노인도 크게 늘고 있다. 65∼74세 인구 가운데 일을 하는 인구는 32.2%에 이른다. 이는 2002년보다 1.1% 포인트 늘어난 수치.

간병 분야의 일손 부족도 심각한 상태다. 후생노동성은 “2014년까지 연간 4만∼6만 명의 간병인 수요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일본 정부는 간병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에 눈을 돌리고 있다. 8월 초부터는 인도네시아인 간호사와 간병인력이 일본에 왔다.

노동력 부족분을 로봇에게 맡긴다는 계획도 나온다. 2025년에는 로봇이 352만 명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17년 뒤면 상품 배달, 카운터 계산 등에서 427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해 이 가운데 82%를 로봇이 대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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