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뚝심, 글로벌경제 들어올릴까?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선진국들 경기침체 몸살…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이 지구촌 희망”

‘브릭스,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으면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경제권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브릭스 국가가 처한 상황을 보면 선진국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브릭스 경제권이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 브릭스 경제권 어려움 가중

지난 5, 6년간 초고속 성장을 구가해온 브릭스 경제권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12.6% 성장했던 중국은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0.1%로 떨어졌다.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둔화된 것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점점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 침체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1.8%나 줄었다.

인도는 인플레이션과 소비침체 탓에 2분기 경제성장률이 2004년 4분기(10∼12월) 이래 가장 낮은 7.9% 수준으로 떨어졌다. 1분기(1∼3월) 8.8%에 비해 0.9%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러시아는 가뜩이나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그루지야 사태로 외국투자자들이 잇달아 떠나면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러시아 증시는 15%나 빠졌다. 외환보유액도 160억 달러가 줄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자원부국인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 1분기 5.8%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4월부터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에 나서면서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공장 가동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또 2003년 이후 줄곧 흑자를 보였던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수입과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로 6년 만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 경제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4.8%에서 내년 6.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6.4%에서 내년 8.4%, 러시아는 9%에서 14.6%, 브라질은 3.6%에서 5.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높은 물가상승률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뿐 아니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도 크다. HSBC은행의 신흥국 시장 리서치 헤드인 필립 풀 씨는 “신흥국들은 그동안 설비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여러 나라에서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릭스 4개국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상하이종합지수가 52%나 빠졌다. 러시아와 인도는 올해 들어 각각 27%, 37% 하락했다. 브라질 증시도 5% 떨어졌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로버트 수바라만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브릭스 경제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 브릭스는 여전히 세계경제의 희망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전문가는 브릭스 경제권이 선진국 경기침체를 보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릭스 국가는 내수시장이 커 미국과 EU 등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다소 줄어든다고 해도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디커플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미국 경제가 브릭스 등 신흥국 경제성장 덕분에 경기침체가 완화되는 ‘역커플링’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침체에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4%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역커플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 경제권 은행들은 해외 채무가 많지 않아 아직도 진행 중인 선진국 신용위기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은행들의 해외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불과하다. 인도도 4%로 매우 낮으며 브라질과 러시아도 각각 13% 수준으로 비교적 낮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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