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들, 이라크에 화해의 손짓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중동 국가들이 이라크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앞으로 미국의 이라크 철군 이후 중동지역 치안 불안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20일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가 바그다드를 방문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났다. 알시니오라 총리는 레바논 내 이슬람 수니파를 대표하는 인물.

이에 앞서 11일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이라크를 방문해 알말리키 총리 등과 접촉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수니파 국가의 정상이 이라크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라크와 아랍국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또 지난달 쿠웨이트는 1990년 걸프전 발발 이후 18년 만에 이라크 주재 대사를 임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라크가 지고 있는 70억 달러(약 7조4000억 원)의 채무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바레인도 3년여 만에 이라크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이라크에서는 후세인의 수니파 정부가 붕괴된 이후 시아파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이에 수니파 중동국가들은 압둘라 요르단 국왕의 주도 아래 이라크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이라크 내 수니파를 지원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올해 3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이라크를 방문하는 등 시아파의 맹주격인 이란이 이라크와 급속히 가까워지자 이라크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올 5월 레바논에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졌고, 수니파 국가들은 이라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더욱이 미국과 이라크 간 철군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어 중동 국가들은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의 치안 공백에 대비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UAE 일간지 걸프뉴스는 “이라크에서 테러가 일어나거나 난민이 발생하면 이라크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로서도 주변 중동국가들의 도움이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막대한 전후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채무 탕감 및 무역 활성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

이에 이라크 정부는 올해 들어 메흐디 민병대를 비롯한 시아파 무장단체에 대해 적극적 공세를 취함으로써 수니파 국가에 우호적 손짓을 보내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