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인기 없는 미국이 왜 필요할까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세계에서 미국의 인기가 추락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럿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미국보다 더 인기 있는 국가가 됐으며 미국 정책에 공감하는 유럽인은 줄었다.

물론 미국은 이라크에서 더 잘했어야 했다. 아부그라이브나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와 관련해서도 비난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미국이 항상 엉망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나는 일부 여론조사가 제멋대로이며 어리석기까지 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시아인과 유럽인, 라틴아메리카인, 아프리카인들은 아마도 미국의 힘이 너무 강한 세계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힘이 너무 작은 세계라면 어떨까.

자, 러시아와 중국의 힘이 강해진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내가 러시아와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제재를 가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노력에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일은 정말 추악했다.

미국은 간단한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다. 짐바브웨에 대한 무기 거래 봉쇄, 유엔 중재자 임명, 그리고 독재자 무가베와 13명의 핵심 인물에 대해 여행과 금융거래의 제한을 가하자는 내용이었다.

3월 29일 실시된 짐바브웨 대선 1차 선거에서는 야당 지도자인 모건 츠방기라이가 42%를 얻은 무가베보다 많은 48%를 득표했다. 이후 무가베와 그 부하들이 츠방기라이 지지자들을 살해하고 협박하기 시작했으며 야당은 결국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결선투표 참가를 포기했다. 심지어 무가베는 결선투표 전에 그의 정당이 패한다면 결과를 무시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무가베는 가장 노골적으로 부정이 저질러진 선거에서 승리했다. 짐바브웨는 이미 실정과 실업, 기아,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짐바브웨 국민의 25%는 이웃 나라로 피신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미국 등이 무가베에게 가하려는 제재가 안보리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책략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믿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가베의 살인과 협박이 불법이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를 멈추게 하려는 유엔 결의안이 오히려 불법이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중국 또한 올림픽 주최국이면서도 자국민을 억압하는 무가베의 권리를 보호했다.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두미사니 쿠말로 유엔 주재 남아공대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무가베의 독재를 겨냥한 유엔의 압력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음베키 식으로 말하자면 백인이 흑인을 박해할 때는 유엔의 제재가 많이 가해져야 하지만 흑인이 흑인을 박해할 때는 어떤 유엔 제재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도덕적 기골을 가지고 있다. 짐바브웨 사태와 관련한 유엔의 투표는 러시아 중국 남아공 등의 소위 ‘인기 있는’ 국가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가 자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자를 거리낌 없이 편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미국은 이제 더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인기가 없다.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은 미국이 약해지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의 발언권이 세지는 세상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는 짐바브웨의 변화를 외치는 필사적인 목소리들은 침묵하게 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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