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디지털 중독 스스로 깨닫게 해야”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프랑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화면 없이 이틀 지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운동단체 르카프의 클레망 뷔트네 회장. 사진 제공 클레망 뷔트네 회장
프랑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화면 없이 이틀 지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운동단체 르카프의 클레망 뷔트네 회장. 사진 제공 클레망 뷔트네 회장
“수업 중에도 몇 분 간격으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프랑스 동부 도시 뮐루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운동단체 르카프(Le Cap)의 클레망 뷔트네 회장은 지난해 11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화면 없는 이틀(Deux jours sans ´ecran) 운동’을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디지털 의존증’ 예방 운동에 나선 그를 지난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떤 운동인가.

“고등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을 사용하지 않고 48시간을 지내보도록 하는 운동이다. 학생들이 이런 기기에 얼마나 탐닉해 있는지, 이런 기기를 남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초래되는지 깨닫도록 하자는 게 이 운동의 취지다. 요즘 학생들은 TV 없이는 그럭저럭 지내지만 컴퓨터, 특히 휴대전화 없이 지내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휴대전화 보유 실태는 어떤가.

“조사해 보니 무려 학생의 95%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대부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휴대전화를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까지는 부모가 아이와 등하교를 같이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아이 혼자 다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들과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주는 것 같다.”

―학생들 사이에서 휴대전화는 주로 어떻게 사용되는가.

“부모와의 통화는 극히 일부다. 학생들끼리 서로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인터넷 접속에 사용한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즉각 응답하는 것은 그들에게 꼭 지켜야 할 신성한 의무처럼 보였다. 여학생들은 심지어 운명의 전화를 기다리듯 휴대전화를 베개 아래 놓고 잠을 잤다.”

―이 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무척 힘들어했다.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TV도 없으면 도대체 뭘 하고 지내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 없이 지내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일부는 휴대전화가 주머니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패닉 현상을 보였다.”

―그런 탐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가.

“우리는 본래 마약,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는 운동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화면 중독’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이런 현상을 주요 중독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업 능력을 떨어뜨리고 고립감 불안감을 초래하는 새로운 의존증을 다루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성인들의 경우는 어떤가.

“프랑스에서 휴대전화가 확산된 것은 최근 일이어서 당장은 모르겠지만 지금 학생들이 커서 직장에 들어갈 때는 그런 탐닉 현상이 경제활동의 생산성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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