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링허우 세대’ 中 민족주의 핵심으로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1980년대에 태어나 시장경제 풍요 누리며 성장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세대=바링허우에 대한 그간의 평가는 부정적인 쪽이었다. 이들은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태어나 이전 세대와 달리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자랐다. 가족계획(生育計劃)에 따라 외동아이로 태어나 샤오황디로 커서 개성도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편이다.

직장에서는 충성심이 낮고 이직도 잦아 기업들에게는 골칫거리라는 분석도 있다. 개인주의적인 성장 배경 때문에 팀워크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의 기성세대에 비해 민족주의적 성향이 훨씬 강하다. 비약적인 경제성장 등 국력의 신장을 줄곧 지켜보며 성장해 국가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를 경험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서방 세계에 대한 열등감도 없다.

▽‘쿵첸퇀줴’의 핵으로 부상=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바링허우 세대가 단결과 애국심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이런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바탕이 됐다.

최근 성화 봉송 방해 사건에 대해 중국인들은 “지금까지 중국인이 이처럼 단결한 적은 없다(쿵첸퇀줴·空前團結)”고 한다. 그 중심에 행동하는 바링허우가 있다.

성화가 지난 한 달간 전 세계 19개국을 도는 동안 오성홍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중국인의 상당수는 바링허우들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5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모여든 260만 명 이상의 신청자 중 90% 이상도 바링허우였다.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축도, 인터넷을 통해 민족주의를 확산하고 있는 주역도 바링허우다.

바링허우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오른 프랑스 유학생 리환(李洹·26) 씨는 지난달 19일 파리에서 가진 올림픽 지지 집회에서 “바링허우 세대가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 곧 중국이 자존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바링허우는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기성세대보다 합리적인 데다 기존 질서에도 비판적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중국을 좀 더 개방시켜 글로벌 체제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중시하고 재발견하려는 이들의 민족주의적인 성향은 국제사회에서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특히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성취와 자신감이 애국주의와 결합할 경우 ‘편협한 민족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

최근 바링허우의 집단행동이 격화되자 관영 언론들이 “애국도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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