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이어 네팔도… 王政이 사라진다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카터, 총선 참관 위해 네팔에 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기리자 코이랄라 네팔 총리(오른쪽)가 10일 치러질 네팔 총선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역사적인 총선을 계기로 네팔은 239년 동안 이어져온 왕정을 종식하고 공화제로 전환한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카터, 총선 참관 위해 네팔에 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기리자 코이랄라 네팔 총리(오른쪽)가 10일 치러질 네팔 총선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역사적인 총선을 계기로 네팔은 239년 동안 이어져온 왕정을 종식하고 공화제로 전환한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내일 제헌의회 구성 총선… 239년간 통치 마감

사우디-오만-카타르 등 5곳만 절대왕권 유지

지구촌에서 왕정(王政)이 역사 뒤로 사라지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은 네팔은 10일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을 실시한다. 총선이 순조롭게 치러지면 239년 동안 이어져온 이 나라의 왕정이 막을 내린다. 네팔에서 멀지 않은 부탄도 지난달 24일 100년간의 왕정을 끝내는 총선을 실시했다.

절대적 권한을 가진 왕정이 붕괴되는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팔레비 왕조가 축출된 이후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 등에 기재된 각국의 통치 형태를 살펴보면 현재 세계 210개 국가 중 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타르 브루나이 스와질란드 등 5개국만 남게 됐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진보정치연구소(PPI)는 현재 입헌군주제 국가를 포함해 왕이 남아 있는 국가를 44개국으로 집계했다. 유럽 12개, 아메리카 10개, 중동 8개, 아시아 7개, 태평양 지역 5개, 아프리카 2개국이다.

39개 입헌군주국 중 대부분은 영국이나 일본처럼 상징적으로만 왕이 존재한다. 왕이 총리 임명권이나 내각 임명권 등의 권한을 가진 국가는 모로코 요르단 쿠웨이트 모나코 정도다.

네팔은 1990년까지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다 민주화 시위 이후 입헌군주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왕가는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1996년부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상과 노선을 따르는 마오주의자 등 왕정 폐지 요구 세력과 정부가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왕정 국가들 현황
위치국왕
사우디아라비아중동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오만중동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카타르중동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브루나이동남아시아하사날 볼키아
스와질란드아프리카음스와티 3세
자료: 미국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

왕정을 고집한 대가는 컸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5일 “2006년 맺어진 평화협정으로 마오주의자들이 공격을 중지하기까지 10년 동안 1만3000명이 네팔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왕가에서 스스로 권력을 내놓아 무혈 민주혁명을 이룬 부탄과는 대조된다.

네팔에서는 7일에도 수도 카트만두와 남부 도시 비르간즈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다쳤다. AFP통신은 왕정을 지지하는 네팔국민회의당(NC)과 마오주의자 정당인 네팔공산당(CPN) 모두 총선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다시 총을 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도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 사태로 인해 네팔에서는 총선 이후에도 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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