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이슈 뛰어들어 영향력 키워라”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G15 대한민국’을 위하여-美 한반도 전문가들의 조언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3위의 경제력 규모를 갖추고 세계 10위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라 할 수 있지만 실제론 총체적 국력과 위상이 아직 세계 주요 국가 수준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본보는 창간 88주년을 맞아 분단국가 한국이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1등급(top-tier)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전략을 실천해야 할지를 묻는 연쇄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에는 ‘스마트 파워’ 이론을 통해 미국의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등 세계적 석학 및 워싱턴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표적 싱크탱크의 중진급 한반도 전문가 등 8명이 응했다.

이들은 “한국이 산술적으로 경제, 군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발전을 이뤘지만 종합적인 국력이나 국제질서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에 미치지 못 한다”며 “세계 15대 파워그룹(G15) 진입을 당면 목표로 삼아 국가 차원의 구체적 액션플랜을 세워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기아 분단 분쟁 등으로 고통 받는 지구촌 현장에 대한 국제 공공재(public goods·공공성이 높은 재산이나 서비스) 제공 △강건한 평화수호 국가로서의 이미지 제고 △굳건한 한미동맹 구축 및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자유무역과 글로벌 인재 육성 △‘소프트 파워’ 창출과 국가매력 확산 등 5대 국가전략을 이들은 제시했다.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넘어서 지구온난화, 핵 확산, 인종 갈등 등 ‘글로벌 이슈’의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우선 현 단계에서 한국에 가장 필요한 일은 국가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불안한 분단국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한편 분쟁지역이나 재건지역에서 평화 수호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한 국가의 영향력은 그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도움을 줄 국제적 공공재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는 국가적 역량과 함께 국경을 넘어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가 있느냐에 좌우된다”며 “역량과 의지를 동시에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는 또 현재의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이를 닻(anchor)으로 삼아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역동적인 한국사회의 특질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미지를 고급화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의 창출과 그 같은 ‘국가매력’의 해외 확산에 적극 나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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