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웨이징성]중국의 두 얼굴, 올림픽과 티베트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에서 문화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중국 정부의 티베트 시위대 강경진압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며 올림픽 정신에도 완전히 어긋난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중국 정부가 수단 정부에 다르푸르 지역 집단학살을 중단하도록 압박하지 않는 점을 들어 베이징 올림픽 축하행사의 예술고문 자리에서 물러났다. IOC는 스필버그 감독 이상의 행동을 취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 중국은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대가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라싸의 거리에 피가 흥건한데 IOC는 어떻게 아무 대응도 않으면서 올림픽 준비를 계속할 수 있는가.

IOC가 중국을 계속 압박하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이미 베이징 올림픽의 정신은 ‘학살’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어졌다. IOC와 국제사회가 티베트 탄압을 중단하고 인권을 개선하도록 중국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 거부를 정당화하는 움직임은 확산될 것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의 억압을 받아왔다. 달라이 라마가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뒤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는 티베트인이 중국의 탄압 속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당시 티베트 당서기로서 라싸에 군대를 투입해 거리의 시위대를 죽이고 진압했던 후진타오는 중국의 국가주석이 됐다.

인권이나 법치 없이는 티베트 사람들도, 이제 티베트의 다수민족이 된 한족도 변덕스러운 중국 당국의 억압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거짓말이나 선전도 이제 더는 먹혀들지 않는다. 한족들은 예전에 티베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과 관광, 휴대전화와 인터넷 덕분에 한족들도 이제는 티베트 사람들이 자신들과 똑같이 독재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물론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평화로운 얼굴을 보이며 티베트 사태를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르푸르 사태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의 압력이 없다면 중국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 여러 해 동안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가로 일하면서 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중국 내부의 압력과 합쳐져야만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이번 올림픽은 중국 근대사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압박을 꺼리는 현재 상황은 비극적이다.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를 초청할 때는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궁전도 투명한 유리공장으로 바꿔야 한다. 중국은 이제 세계를 향해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는 인정사정없는 얼굴로 무차별적인 억압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은 중국에 ‘진짜 얼굴’을 내보이도록 강요할 것이다. IOC와 국제사회의 압력만이 우리 모두가 보기를 원하는 중국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웨이징성 인권운동가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58)은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1994년 3월 중국 당국에 끌려가 구금생활을 하다 1997년 11월 서방세계의 압력으로 풀려난 뒤 국외로 추방됐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중국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권위 있는 인권상인 사하로프상과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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