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세컨드 프레지던트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26일 영국을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하지만 그는 ‘주빈’이 아니었다. 카메라 세례와 대중의 관심은 온통 그와 동행한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여사에게 집중됐다. 대통령 옆에 비켜서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마련이었던 과거의 대통령부인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예전에는 대통령의 조용한 내조자 역할에만 충실했던 퍼스트레이디들이 때론 남편보다 더 주목받는 스타로, 때론 남편의 정치적 동지로 역할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남편의 그림자에서 전면으로 나서다=1849년 제임스 매디슨 전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라는 말을 처음 사용할 당시만 해도 대통령의 부인은 얼굴 없는 내조자에 지나지 않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메리 여사는 “내 임무는 순전히 가정적인 것일 뿐 공적인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부인들은 내조자의 역할을 넘어 사회활동가로, 정치적 조언자로 입지를 넓혀 갔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이디스 여사는 남편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백악관 업무를 책임졌다. 그녀는 ‘사실상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대권에 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백악관 안주인 시절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였으며 현재 경선과정에서 장점으로 내세우는 ‘경륜’도 그 시절의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대통령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베갯머리송사를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게 중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원하는 것은 뭐든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원조, 교육, 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고 이 때문인지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 분야의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다양화되는 퍼스트레이디의 역할=대통령부인이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한몸에 받는 스타로 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가 대표적인 ‘스타 대통령부인’이다. 그녀는 세련된 패션감각과 우아한 자태,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1961년 프랑스 방문 당시 사람들의 이목이 재클린 여사에게로 집중되자 케네디 전 대통령은 “저는 재클린을 수행하고 온 남편입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자의식이 커지면서 대통령과 별개로 자신만의 행보를 걷는 경우도 생겼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전부인 세실리아 씨는 대통령부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사랑과 자유를 선택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당선자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 여사는 “총통 부인이 돼도 내 일을 할 생각”이라며 선거 후에도 평상복 차림으로 버스로 출근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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