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물림’ 버냉키, 혁명가로 변했다”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버냉키 FRB 의장
버냉키 FRB 의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해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그가 FRB 의장에 발탁됐을 당시만 해도 “책상물림이 FRB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그러나 FRB의 잇따른 대응책을 접한 월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이 버냉키 의장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후보들도 그에 대해 신뢰를 표시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금융시장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FRB 통화정책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11일에는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20개 대형 금융회사(프라이머리 딜러)에 최대 2000억 달러까지 대출해 획기적인 방식으로 유동성을 대폭 확대했다.

FRB는 또 은행이 아닌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직접 대출을 단행했다.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를 상대로 FRB가 직접 대출을 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또 미국 재무부와 공조해 일요일인 16일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에 전격 매각하는 조치를 주도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최근 “학생들에게 수요공급 곡선을 가르치던 대학교수(버냉키)가 혁명가로 변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이 주도한 조치가 그만큼 ‘혁명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평가다.

이런 가운데 그가 주도한 유동성 추가 공급과 지속적인 금리 인하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대표적인 지표가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 그동안 FRB가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했지만 주택 소유자들이 매달 부담해야 하는 모기지 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기지 금리는 연방기금 금리가 아니라 미국 국채 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 국채 금리가 잇달아 하락하면서 모기지 금리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모기지 채권 매입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채권왕’인 빌 그로스 핌코 펀드매니저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채권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금 부족 현상을 겪던 모기지 시장에 숨통이 트일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버냉키 의장은 유동성을 지나치게 늘린 탓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앨런 멜처카네기 멜런대 교수는 21일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위기는 금리 인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고 버냉키 의장의 조치를 비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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