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심각한 규정위반 반복” 거센 항의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교체 전고산 씨(오른쪽)가 지난달 6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 내 소유스 캡슐 앞에서 러시아 승무원 세르게이 볼코프(가운데), 올레크 코노넨코 씨와 훈련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교체 전
고산 씨(오른쪽)가 지난달 6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 내 소유스 캡슐 앞에서 러시아 승무원 세르게이 볼코프(가운데), 올레크 코노넨코 씨와 훈련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교체 후이소연 씨(왼쪽)가 7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러시아 승무원 세르게이 볼코프(가운데), 올레크 코노넨코 씨와 함께 탑승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 승무원들은 최근까지 고산 씨와 함께 훈련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교체 후
이소연 씨(왼쪽)가 7일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러시아 승무원 세르게이 볼코프(가운데), 올레크 코노넨코 씨와 함께 탑승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 승무원들은 최근까지 고산 씨와 함께 훈련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가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사업과 관련해 발사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탑승우주인을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전격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적으로는 우주인 사업의 주무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을 선택할 최종 권한은 우주인의 훈련과 발사를 책임진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러시아, 규정 위반에 강경 대응

교육과학부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씨와 이 씨의 역할이 바뀐 이유에 대해 고 씨가 러시아가 정한 훈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부 당국자는 “고 씨가 러시아 측이 외부 반출을 금지하는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데 이어 소지가 금지된 자료를 보관해 오다 러시아 측에 적발됐다”고 말했다.

항우연 백홍열 원장은 “평소 의욕적이고 목적의식이 강한 고 씨가 우주인 훈련 과정에서 좀 더 공부해 보려다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규정 위반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고 씨의 행동이 실제 우주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측의 반발로 고 씨가 훈련센터에서 강제 퇴소될 위기에 처하자 항우연 백 원장이 이달 초 급히 러시아로 날아가 탑승우주인을 이 씨로 바꾸는 수준에서 문제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우주선 발사를 앞두고 미리 정해진 우주인이 바뀐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훈련규정 위반으로 교체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각에서는 고 씨의 교체에 문제가 된 자료 유출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뒤바뀐 운명 뭐가 달라지나

항우연은 10일 이 씨와 고 씨에게 e메일과 구두로 역할 변경을 공식 통보했다.

탑승우주인 신분으로 바뀐 이 씨는 이달 7일(현지 시간)부터 고 씨와 팀을 이뤄 훈련받던 세르게이 볼코프(선장), 올레크 코노넨코(주 비행 엔지니어) 씨와 함께 새 팀을 이뤄 훈련을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지상 교신임무를 맡은 예비우주인에 선정된 뒤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우주인인 고 씨와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

이 씨가 다음 달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기지에서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향하면 한국 최초 우주인은 여성이 차지하는 셈이다.

탑승우주인에서 예비우주인 신분으로 바뀌었지만 고 씨도 이 씨가 소속된 백업(예비)우주인 팀에 소속돼 남은 훈련을 받게 된다. 고 씨의 항우연 선임연구원 신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씨 건강 이상 생기면 무대책

우주인 배출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정부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부는 이 씨가 이번처럼 고 씨 신변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프라이머리(탑승)팀과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사 직전 이 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를 대신할 예비우주인이 없다. 고 씨는 예비우주인이라는 신분을 유지하지만 러시아 측의 요구로 실제로는 우주선 탑승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까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탑승 일정이 확정돼 있어 두 사람 다 우주선을 못 타게 될 경우 우주인 배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260억 원 상당의 사업비를 날릴 수도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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