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적으로는 우주인 사업의 주무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을 선택할 최종 권한은 우주인의 훈련과 발사를 책임진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러시아, 규정 위반에 강경 대응
교육과학부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씨와 이 씨의 역할이 바뀐 이유에 대해 고 씨가 러시아가 정한 훈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부 당국자는 “고 씨가 러시아 측이 외부 반출을 금지하는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데 이어 소지가 금지된 자료를 보관해 오다 러시아 측에 적발됐다”고 말했다.
항우연 백홍열 원장은 “평소 의욕적이고 목적의식이 강한 고 씨가 우주인 훈련 과정에서 좀 더 공부해 보려다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규정 위반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고 씨의 행동이 실제 우주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측의 반발로 고 씨가 훈련센터에서 강제 퇴소될 위기에 처하자 항우연 백 원장이 이달 초 급히 러시아로 날아가 탑승우주인을 이 씨로 바꾸는 수준에서 문제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우주선 발사를 앞두고 미리 정해진 우주인이 바뀐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훈련규정 위반으로 교체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각에서는 고 씨의 교체에 문제가 된 자료 유출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뒤바뀐 운명 뭐가 달라지나
항우연은 10일 이 씨와 고 씨에게 e메일과 구두로 역할 변경을 공식 통보했다.
탑승우주인 신분으로 바뀐 이 씨는 이달 7일(현지 시간)부터 고 씨와 팀을 이뤄 훈련받던 세르게이 볼코프(선장), 올레크 코노넨코(주 비행 엔지니어) 씨와 함께 새 팀을 이뤄 훈련을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지상 교신임무를 맡은 예비우주인에 선정된 뒤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우주인인 고 씨와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
이 씨가 다음 달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기지에서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향하면 한국 최초 우주인은 여성이 차지하는 셈이다.
탑승우주인에서 예비우주인 신분으로 바뀌었지만 고 씨도 이 씨가 소속된 백업(예비)우주인 팀에 소속돼 남은 훈련을 받게 된다. 고 씨의 항우연 선임연구원 신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씨 건강 이상 생기면 무대책
우주인 배출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정부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부는 이 씨가 이번처럼 고 씨 신변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프라이머리(탑승)팀과 동일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사 직전 이 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를 대신할 예비우주인이 없다. 고 씨는 예비우주인이라는 신분을 유지하지만 러시아 측의 요구로 실제로는 우주선 탑승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까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탑승 일정이 확정돼 있어 두 사람 다 우주선을 못 타게 될 경우 우주인 배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260억 원 상당의 사업비를 날릴 수도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