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다”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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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위 투자銀 모건스탠리 지분 9.9% 인수… 中국부펀드 2대 주주로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미국 월가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고 있다. 미국 2위의 투자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는 20일 중국 국부(國富)펀드인 중국외환투자공사(CIC)에 지분 9.9%를 50억 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CIC는 모건스탠리의 2대 주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가 이처럼 중국 자본에 손을 벌린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해 외부 자본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으로 11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 4분기에 33억6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가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72년 역사상 처음이다.

월가는 물론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한 모건스탠리가 중국 자본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미국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지분 매각을 발표하면서 “CIC의 경영 개입은 없으며 순수한 장기투자”라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중국의 월가(Great Wall Street of China)’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만리장성을 영어로 ‘Great Wall’로 표기하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이에 앞서 CIC는 올해 5월 미국 최대 사모(私募)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 10%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미국 정치권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국 금융회사 지분을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블랙스톤은 “중국에 지분을 매각해 자본 제휴 관계를 맺으면 앞으로 중국에서 투자를 하는 데 유리하다”며 설득했다.

그동안 중국 관련 국제 기업 인수합병(M&A) 추이는 외국 자본이 중국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더 많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중국 자본이 외국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은 10월 아프리카 최대 은행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뱅크 지분 20%를 55억 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개발은행은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스 지분 6.7%를 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이 외국 자본의 중국 회사 인수보다 처음으로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스톤 지분 매입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평가액 기준으론 손실이 6억 달러 이상 발생해 중국 내에서는 “투자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번에 모건스탠리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국이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포석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중국 자본이 해외 금융회사 지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투자수익 추구와 함께 국제 금융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미국 국채를 7개월째 계속 매각해 10월 말 현재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지난 5년 간의 최저치인 3881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달러화 약세로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고수익이 발생하는 다른 미국 회사들의 회사채를 사거나 CIC 등을 통해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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