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얼마든지… 국가이미지 바꿔주오”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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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민간 업계의 ‘올해의 브랜드상’ 시상식장. 브랜드 전략에 성공한 민간기업들에 상을 주는 이 자리에서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이례적으로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억6000명의 근면한 일꾼과 각종 투자 기회를 갖추고도 파키스탄이라는 브랜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만회할 조치가 절실합니다.”

그의 발언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및 반정부 인사 탄압, 대규모 테러 등으로 국가 이미지가 급락한 것을 우려한 것. 경쟁국인 이웃나라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 등으로 이미지를 높여 가고 있는 것과 비교해 뒤처져 있다는 위기감과 열등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기업의 브랜드 전략처럼 ‘국가 브랜딩(Nation Branding)’을 통해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나쁜 이미지 바꿔 달라”

최근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RF)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컨설팅업체에 국가 이미지 업그레이드 상담을 요청하는 정부나 기관이 늘고 있다.

국가 브랜딩 업계의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 씨는 “매주 한 개 이상의 국가나 지방정부로부터 브랜딩 캠페인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가브랜딩 업체 ‘이스트-웨스트 커뮤니케이션스’의 토머스 크롬웰 대표는 “컨설팅 비용이 건당 수백 만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국가 브랜딩에 가장 신경을 쓰는 나라. 이미지를 높일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과 언론 및 인권 탄압, 불량품 수출 등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례들 때문에 이미지 업그레이드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4∼6월)에 나온 ‘안홀트 국가브랜드 지수’에서도 중국의 브랜드 지수는 2005년 4분기(10∼12월)보다 떨어졌다. 중국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올림픽 슬로건 아래 국내외적으로 각종 캠페인을 벌이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도 이라크전쟁 이후 악화된 반미 감정으로 고전하고 있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캐런 휴스를 국무부 국가이미지 담당 차관으로 앉혀 국가 홍보를 강화했다.

○외면당한 이미지 ‘분식’

국가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로는 관광 상품을 내세워 사회주의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은 옛 유고연방 국가들, 나치의 잔재를 청산한 독일 등이 꼽힌다. 반면 단기적 성과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국가 브랜딩 프로젝트를 중도 포기한 벨기에는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근본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채 얄팍한 캠페인에 의존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달 영국에서 실시된 국가의 공식모토 공모에서 상당수 응모자가 ‘한때는 위대했던 대영제국’ 등의 냉소적인 문구를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휴스 차관이 아무런 성과를 못 냈다는 비판 속에 최근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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