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불 붙인 ‘기술 민족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중국 일본 인도가 최근 달 탐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국력을 과시하려는 테크노내셔널리즘(techno-nationalism·기술 민족주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3개국이 우주개발 분야에서 서로 거의 협력하지 않고 견제하는 이유도 국가적 자존심을 내건 테크노내셔널리즘 때문이라고 25일 보도했다.

3국은 아시아의 경제대국을 넘어 군사적 영향력도 확대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경쟁에서 국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달 탐험’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인도는 달 탐험을 향후 행성 탐사의 첫 관문으로 인식하고 우주 진출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아직 유인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미국뿐이라는 점도 이들의 경쟁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은 24일 첫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1호 발사에 성공한 뒤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중국인들은 급성장한 자국 경제력과 함께 우주개발을 위한 첨단기술도 갖췄다는 자부심에 차 있다.

중국의 달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과학자 어우양즈위안(歐陽志遠) 씨는 “달 탐사는 중국의 국제적 위신과 인민의 단결을 고양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달 탐사 능력이 “국가의 전체적 국력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중국이 2003년 유인우주선 발사에 먼저 성공해 우주개발 분야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달 탐사위성 ‘가구야’ 발사에 성공해 잃었던 자존심을 약간은 회복했다.

일본 언론은 당시 “달 경쟁에서 일본이 우위를 선점했다”며 자축했다. 달 탐사 작업을 총괄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가구야’가 촬영한 달 표면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창어 1호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도 내년 4월 첫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해 정보기술(IT) 강국의 자부심이 우주개발 분야로도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뉴델리 평화분쟁학연구소의 스와프나 코나 연구원은 “우주기술은 (인도의) 과학기술 성장과 발전을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가 창어 1호가 발사된 지 하루 만에 2010년까지 독자 위성발사 계획을 밝힌 것도 ‘테크노내셔널리즘’의 한 사례다. 우주개발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아시아 우주강국들의 달 탐사 경쟁에는 ‘테크노내셔널리즘’과 달의 광물 등 자원 개발 노력은 물론 우주 군사기술을 개발해 국력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 등이 복합되어 있다고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中 창어1호 뜨자 장칭웨이도 떴다

중국이 24일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창어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이끈 과학기술자들도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칭웨이(張慶偉·46·사진)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주임(장관급). 8월 최연소 각료로 국무원에 입성한 장 주임은 최근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선출됐다.

1961년 11월 지린(吉林) 성 지린 시에서 태어난 장 주임은 1982년 시베이(西北)공업대를 졸업한 뒤 항공설계 및 우주개발 업무를 맡았다. 1992년 ‘창정(長征) 2F’ 로켓의 부설계사를 비롯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프로젝트에 2002년부터 참가하는 등 20여 년 동안 중국의 굵직한 우주개발 사업에 모두 참여했다.

200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총경리(CEO)를 지냈으며 2003년에는 ‘중국 경제계를 움직인 경제인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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