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침체 성장률 위협…잠재성장률 이하 될수도”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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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서브프라임發 불황 위기’ 경고

‘○○일에 주택 경매합니다. 은행 차압 물건.’

요즘 미국 뉴욕이나 뉴저지 주 주택가에는 이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집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집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불어나는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소유권이 은행이나 모기지 회사 등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에 넘어간 집들이다.

미국 정책 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 부실 여파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 주식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 경제가 주택시장 냉각에 따른 여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경제 전문가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결국은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경고음을 냈다.

소비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동차 시장에선 이미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 자동차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도요타자동차마저도 지난달에는 판매가 0.6%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은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 투자은행인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 불이행 비율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까지 5.77%였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 불이행 비율이 8월에는 8.05%로 급증했다. 지난해 8월의 채무 불이행 비율인 5.36%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 상당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앞으로 2, 3개월 안에 금리 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또다시 높게 조정되면 채무 불이행 비율은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월가 출신인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관치(官治)금융’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최대 1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기금을 조성하는 데 막후 조정 역할을 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IMF는 17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주택시장발(發) 경기 침체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미국이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IMF는 7월까지만 해도 ‘미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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