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블랙 먼데이’ 20년… ‘악몽 재연’ 가능성 낮아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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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사상 최악으로 폭락했던 1987년 ‘블랙 먼데이’가 19일로 20주년을 맞는다.

1987년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5600억 달러에 이르는 부(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시 왜 주가가 폭락했는지는 지금까지도 경제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블랙 먼데이 20주년을 맞아 요즘 미국 언론에선 1987년 10월과 2007년 10월 미국 주식시장을 비교하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987년 10월과 2007년 10월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유사점은 주식시장의 장기 호황이다. 올해 증시는 20년 전처럼 5년 연속 강세장을 보이면서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가치의 약세도 비슷하다.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당시는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월가가 컴퓨터와 수학 모델을 활용한 투자를 맹신하다 낭패를 보고 있는 점도 같다.

그러나 차이점도 많다. 우선 활황 증시의 강도가 다르다. 1987년 다우지수는 연초 대비 43%나 급등했지만 올해 다우지수는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도 차이가 있다. 1987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잇달아 올렸다. 반면 2007년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신용 경색을 우려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고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은 “세계화의 진전으로 리스크가 분산된 것도 20년 전과 다른 점”이라며 “이런 점에서 1987년과 같은 주식시장 폭락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랙 먼데이는 당시 FRB 의장에 갓 취임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이 ‘경제대통령’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블랙 먼데이 직후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으로서 정해진 임무에 따라 경제 및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오늘 분명히 밝힌다.”

딱 한 문장이었다. 투자자들은 짧지만 확신에 찬 성명에서 신뢰를 발견했고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와 관련해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고심 끝에 성명서를 최대한 축약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린스펀의 후임인 버냉키 의장도 아직 가라앉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운명의 일부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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