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토스 美하원 외교위장, 국회 방미단에 ‘원칙’ 강조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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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강조하는 두 명제, 즉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와 ‘납치범과는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 가운데 방점(傍點)은 후자에 있음을 확인했다.”(최성 의원)

한국 사회 일각에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황급히 워싱턴으로 달려온 국회 대표단이 확인한 것은 미국의 분명한 원칙론이었다.

지난주 말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대표단은 2개 그룹이었다. 재외동포 지위 문제 협의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대표단은 3일 톰 랜토스(사진)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 랜토스 위원장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인권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며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 중 한 명.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해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을 열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강경했다.

“하지만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나는 내 손자가 납치됐다 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 테러범들과 협상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나고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진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아프간 사태(아프간 상황 전체를 의미)도 인권 문제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집단적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문명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의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아프간 조기 철군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오히려 증원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또 다른 국회대표단인 5당 원내대표는 2일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을 만났다. 번스 차관은 “미국은 한국 국민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은 “진심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번스 차관은 이어 “솔직히 말하겠다. 몸값 지불이나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은 안 된다. 거래를 통해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주면 그들은 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을 다시 공격할 것이며 더 많은 납치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간에 해법에 이견이 생기고 분열이 생기면 탈레반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세계 각국에 한인이 없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커졌음을 지적하며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접근을 당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미국의 누구도 부정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한편 5, 6일 열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회담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이 탈레반, 아편 재배 문제 등 전반에 걸쳐 강경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질사태의 경우 카르자이 대통령은 부족 원로 중재를 통해 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미 행정부는 “한국인들의 석방을 담보하기 위해선 무력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압력을 탈레반에 가해야 한다”며 카르자이 대통령의 (유화적) 접근법에 반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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