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슈피겔 사건’ 시민 대규모 항의시위…국방장관-총리 퇴진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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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언론 압수수색 사례

외국의 언론사들도 압수수색 등을 동원한 수사당국의 취재원 공개 강요에 저항한 사례들이 있다.

이때마다 언론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기반인 언론자유의 수호를 위해 강력히 저항하며 강압에 맞섰다. 또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취재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과 판례들을 이끌어 냈다.

독일에서는 정부의 언론사 수색에 맞선 대표적인 사건으로 1962년 ‘슈피겔 사건’이 거론된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국방부의 스캔들을 잇달아 폭로하자 검찰이 이 잡지사를 급습해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발행인과 기자를 구속한 사건이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결국 국방부 장관과 총리의 동반 퇴진까지 불러왔다. 헌법재판소는 1965년 “구체적인 근거 없이 비밀 누설을 이유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언론 자유의 침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2005년 9월에는 경찰이 독일연방수사국(BKA)의 기밀서류를 기사에 인용한 월간 ‘치체로’의 편집실과 브루노 시라 기자의 집을 수색한 사건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올해 2월 슈피겔 사건 때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해 5월 프랑스에서는 수사판사(검사처럼 수사권을 가진 판사)가 주간지 ‘카나르 앙세네’의 편집실을 압수수색하려던 시도가 기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개설한 것으로 추측되는 계좌가 일본에 있다는 지난해 보도에 인용된 정보요원의 비밀보고서가 수색 대상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유럽인권협약을 내세워 강력히 맞섰고 수사판사는 압수수색을 포기했다.

일본에서도 2005년 5월 해군의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요미우리신문의 기사를 놓고 정보 출처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방위청은 정보 유출 혐의가 있는 자위대 간부의 집을 수색했을 뿐 기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민사 사건이지만 1999년 미국의 건강식품업체인 A사가 세무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를 쓴 교도통신 기자 등에게 취재원을 밝히라는 A사의 요구에 대해 재판소는 “취재원의 비밀은 증언 거부가 인정되는 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는 미국에서는 30여 개 주가 이른바 ‘방패법(Shield Law)’을 제정해 언론의 취재원 보호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한 수정헌법 4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범죄 수사를 위해 언론사 관계자에 대해 법정 증언이나 수사를 허용한 경우도 있다. ‘리크 게이트(leak gate)’로 불리는 백악관의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유출 사건 관련 수사에서 법원이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기자에게 증언할 책임을 인정한 것이 최근의 사례. 그러나 미국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수사상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자유의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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