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 석방협상 정부의 3중고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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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우면서 동맹국이 추구하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가치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은 복잡한 게임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탈레반 무장단체와 ‘사실상 협상’에 나선 정부의 고민을 이같이 압축해 정리했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외교안보연구원 인남식 교수는 “탈레반은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몸값보다 정치적 요구가 우선”이라며 “외국세력에 대한 혐오도 강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변덕스러운 무장 게릴라 세력과의 담판이라는 점이다. 인질들을 수시로 이동시키면서 자주 바뀌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누구의 말에 무게를 실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때가 허다하다.

사태 초기에 ‘단일화된 창구’를 통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했던 정부는 이제 ‘다각적인 창구’라고 말을 바꿨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납치세력에 대해 “통일돼 있고, 정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지속적으로 이합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결 능력 밖의 협상조건=정부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정부가 자체적으로 들어줄 수 없는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인질이 석방되려면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 포로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주권국가인 아프간 정부가 동의해야 하지만 아프간 내무장관은 “포로 석방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집권 과정에서 미국의 절대적 도움을 받은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테러단체와의 협상은 없다’는 강경론을 접을지가 사태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대(對)테러전 공동보조=이미 1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인질 22명의 안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도 공동 보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전쟁 중에는 사령관을 교체하지 않는 법”이라는 선거 캠페인을 펴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있어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늘 반(反)테러였다.

결국 탈레반 무장세력과 타협해 22명의 한국인을 무사 귀환시킨다는 정부의 목표는 협상방식이 어떤 식이든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데 또 다른 고민이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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