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따로 억류… 누가 살해됐는지 모른다”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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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CBS-아프간 언론이 공개한 ‘임현주씨의 육성 절규’



미국 CBS방송은 26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억류 중인 한 한국인 여성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며 그 내용을 방영했다.

인터뷰를 한 이 여성은 아프간 현지에서 봉사단에 합류한 교민 3명 중 한 명인 임현주(32)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 직접 소개한 이름은 희미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은 가족 들이 임 씨 임을 확인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임 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3분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한국어와 다리어(현지 파리시어의 방언) 등 두 가지로 말했다. CBS는 그가 매우 지치고 약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인질들의 건강에 대해 “우리 모두는 아프고 매우 위험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끔찍한 지경이다. 하루하루 지내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질들이 여성 18명과 남성들로 분리되어 있다고 말했다. 남녀가 따로 억류되어 있어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사실을 알지 못한 듯 “누가 살해되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CBS방송은 인터뷰 경위에 대해 탈레반 지도자와의 일정 조정에 따라 25일 밤 인터뷰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탈레반 측이 인질의 육성을 공개함으로써 아프간과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성은 또 이날 아프간 현지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일부 여성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는다”며 “유엔과 한국 정부가 더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석방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아프간의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또 “나는 우리가 처해 있는 딜레마를 다 설명할 수 없다”면서 “아프간 정부가 인질 교환을 요구하는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육성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임 씨는 1999년 2월 대구과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에 건너가 의료봉사활동을 해 왔다. 이번에 한민족복지재단 봉사자들의 통역 겸 인솔자로 합류해 봉사활동을 펴다 납치됐다.

한편 그의 인터뷰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한국인 억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랍 당사자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25일 배 목사가 살해되면서 22명의 생존 피랍자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몇 배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은신 장소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산악과 사막지대 여러 곳을 옮겨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행군에 따른 육체적 부담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피랍자를 억류하고 은거하고 있는 지역이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에 의해 보급로가 차단돼 있어 음식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아프간 소식통은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에게 아프간 음식과 음료, 요구르트 종류를 제공했으며 인질들의 건강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씨의 인터뷰로 미루어 탈레반 측의 설명보다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탈레반에 납치됐던 인질도 대부분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탈레반이 손발을 묶거나 입에 재갈까지 물린 채 어두운 토굴에 방치하는가 하면 수시로 총을 꺼내 들고 살해 협박을 하기 일쑤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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