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금융시장에 뜨는 중국

  • 입력 2007년 7월 26일 0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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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상(工商)은행이 미국의 씨티그룹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은행으로 떠올랐다. 중국 증시의 활황 덕을 봤다 하더라도 비약적 발전이다. 또 중국개발은행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인 ABN암로의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세계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기세다. 1980, 90년대에 제조업 쇼크, 2000년대 초에 원자재 쇼크를 세계경제에 안긴 중국이 이제 ‘금융 쇼크’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중국 증시에 과열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상은행의 시가총액 급증은 매년 10%를 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실물경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의 ABN 암로에 대한 M&A 시도는 국영은행을 상업적 금융기관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 준다.

금융은 국가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동북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실물경제가 뒷받침하는 상하이나 도쿄를 이겨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금융이 덩치를 키우는 모습은 부러움뿐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다. 밤낮의 시간대(時間帶)가 비슷한 경쟁 상대인 시드니는 운용자산 규모에서 이미 아시아 1위다.

우리도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을 통해 금융허브를 향한 제도적 인프라를 적지 않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은행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 마진(이자율 차이)에, 증권은 매매수수료 수입에 각각 의존하고 있다. M&A, 구조조정, 주식·채권 발행 인수 등 기업에 대한 고도의 분석·판단력이 필요한 투자은행(IB) 업무에서는 선진국과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다. 자산 규모에서도 크게 뒤진다.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거론하면서 툭하면 지배권을 국민연금에 넘기는 방안을 꺼낸다. 이건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다. 정부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대표적 IB로 키우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모험정신의 상징인 IB를 국가가 떠맡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런 관료적 접근으로는 금융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금융 감독 기능도 예방적 시스템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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