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과격하지만 교리 중시 女피랍자 당장 위협하진 않을 것”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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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한국인 인질들에 대한 석방 협상 시한을 하루 더 연장한 가운데 이슬람권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인질 맞교환’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밝혀야만 피랍자 전원의 안전이 보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탈레반과 협상하기 위해서는 통솔력이 약한 아프간의 현 카르자이 정부보다 지방의 실세와 접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희수(문화인류학과) 한양대 교수=피랍자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위험하지는 않다. 기독교는 이슬람교와 뿌리가 같으므로 무신론자나 불교보다 오히려 가깝게 생각한다. 물론 기독교인의 선교는 이슬람 율법과 아프간 실정법을 모두 위반하는 행위이므로 이 문제가 불거지면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 탈레반의 피랍자 살해 사례를 보면 미국에 협조 여부가 중요했다. 이번 피랍자들에게 정치적 색채가 없는 점은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이들은 세력 확장을 위해 자금 확보가 절실하므로 일단 ‘인질 맞교환’이 성사되면 금전적 요구를 추가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을 벌일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탈레반은 반군 무장 세력이지만 미국의 공격 이전에 아프간을 장악했다. 내부적으로 질서와 체계가 잡혀 있다. 과격하지만 이슬람교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이 대부분인 한국인 피랍자를 당장 위협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영길(아랍지역학과) 명지대 교수=탈레반의 궁극적 목표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철수다. 한국을 겨냥한 납치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묵과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탈레반이 제시한 2차 시한이 지나도 여성 피랍자는 무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경전 ‘코란’의 4장 34절에는 ‘남성은 여성의 보호자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성의 보호 의무를 명문화한 것이다. 마호메트는 생전에 유대인 여성이 독을 넣은 양고기로 자신을 죽이려 한 사실을 알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 피랍자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인질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외교적 협력을 통해 아프간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 탈레반 수감자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남성 피랍자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 추후 몸값을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동은(중동연구소)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이슬람 율법과 탈레반의 여성관은 차이가 있다. 이슬람 율법은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강조하지만 탈레반은 자의적으로 이를 해석한다. 아프간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을 탄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성 피랍자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슬람 교인들이 외국인 여성을 우대하는 점을 고려할 때 탈레반도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탈레반과 중동지역 이슬람교인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이슬람교인들은 체면 유지와 사회적 평판을 중시한다. 따라서 그들을 인정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지원에 약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들은 또한 이성보다 감성에 민감하다. 이슬람교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신성하게 여기므로 피랍자 중 어머니가 있다는 점을 감성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이들이 아프간의 여성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입국했다고 설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탈레반은 여성의 사회활동을 전면 금지하지만 여성 환자를 돌보기 위한 의료 분야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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