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주필“신문, 권력 속에 들어가 감시해야”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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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년 만에 부활된 주필 직을 맡은 후나바시 요이치 씨. 그는 “변화의 시대에 주필은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신문의 나아갈 길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보의 질을 높여 독자 요구에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년 만에 부활된 주필 직을 맡은 후나바시 요이치 씨. 그는 “변화의 시대에 주필은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신문의 나아갈 길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보의 질을 높여 독자 요구에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의 대표적 일간지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6일 30년 만에 주필(主筆) 직위를 부활시켰다. 새 주필은 칼럼니스트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63) 씨. 2일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발행 부수 800여만 부, 영향력 세계 10위권에 드는 거대 신문사가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그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30년 만에 ‘주필’을 부활한 의미는….

“신문을 비롯한 활자 미디어는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래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5∼10년 내 결정될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비즈니스로서뿐 아니라 저널리즘 측면에서 여론 형성력과 어젠다(의제) 설정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뜻한다. 이런 시대의 주필은 신문이 어떻게 영향력 있는 어젠다를 설정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신문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의 도전이 가장 앞섰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비해 늦었지만 5년 정도면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실험 중이다. 바람직한 모델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도, 월스트리트저널도 아직 아니다. 전환기를 맞아 그 답에 도전해 보고 싶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새로운 독자 요구에 답하기 위해 TV나 일부 인터넷처럼 대중영합적인 것만 다루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부수는 늘어도 지면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두 번째 길은 오히려 정보의 질을 높여 독자 요구에 답하는 방식이다. 이 길을 택하고 싶다.”

―‘지면의 질과 독자의 요구’는 부합하는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어려운 관계다.

“우리는 아사히신문의 질이 지금도 높다고 자부한다. 그게 브랜드다. 그러나 신문보다 더 질이 높은 쪽은 독자들이다.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고 독자들이 우리의 재산이다. 그런데 이들의 요구가 변해 간다. 나이를 먹고 직업 환경이 바뀌고 관심사가 달라진다. 이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지금까지는 충분치 않았다.”

―어떻게 잡아내나.

“먼저 시장조사나 포커스그룹 조사처럼 숫자로 잡아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면에 기사가 실렸을 때의 독자 반응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독자 대응 부서도 늘려야 하겠지만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화’ 같은 다각적인 시도와 연구가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활동은? 후나바시 칼럼은 동아일보에도 공동 게재돼 왔는데….

“죄송하지만 일단은 중단하게 됐다. 기회가 닿으면 쓸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필이 된 만큼 개인 의견이 아닌 사론(社論)을 써야 한다. 칼럼을 그만두는 것은 무척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작업인 한반도 및 미국 중국 관계는 계속 취재할 생각이다.”

―아사히 지면에서 최후까지 남기고 싶은 면은 무엇인가.

“우선은 사설이다. 사설이란 신문의 목숨이다. 한편으로 사태의 뒷면을 검증하는 기사, 정책결정 과정 등 심층을 알려 주는 기사, 권력 감시 기사도 소중하다. 밖에서 ‘안 된다’고 외치기만 하는 게 아니고 권력 속에 들어가 메커니즘을 밝히고 감시해야 한다. 지역으로서는 중국과 한반도 관련 기사가 중요하다. 동아시아에 극단적 내셔널리즘이 발호하는 상황에서 이웃 국가에 관한 바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지역을 안정시켜야 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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