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그 유명한…타구바 장군이 오시는구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럼즈펠드 장관은 왜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왜 자신은 그런 보고를 받지 못했는지 따져 물었다. 마치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뉘앙스였다.
3년이 지난 지금, 타구바 전 소장은 미국의 주간 뉴요커 최신호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럼즈펠드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모르는 척 발뺌을 했다”고 주장했다.
▽발뺌과 회피=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실태는 온 세계를 경악시켰다. 공개된 사진에는 미군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하고 성적으로 모욕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타구바 전 소장은 “청문회가 열리기 몇달 전부터 아부그라이브 학대 보고서와 사진, 비디오를 여러 국방부 관리에게 보고했다”며 “럼즈펠드 장관이 보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알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럼즈펠드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은 바로 전날에야 사진을 봤다며 “실태를 더 빨리, 더 자세히 알았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타구바 전 소장은 “포로 학대는 분명 윗선의 암묵적 동의와 지시가 있었다”며 특히 럼즈펠드 장관에 대해 ‘상대방에게 덫을 놓을 줄 아는 영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억울한 전역=어린 시절 미군 중사로 퇴역한 필리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와 34년 동안 군 복무를 한 타구바 전 소장은 2006년 초 자신의 전역에 대해서도 “상부에서 조기 퇴직을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 고위 관리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내년 1월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통보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타구바 전 소장은 “그들(정부)은 언제나 심부름꾼을 쏴 죽인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19일 “부시 대통령은 TV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서야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실태를 알게 됐다”며 타구바 전 소장의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