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폐쇄 세계표준으로 볼 수 없어”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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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폐쇄가 개혁적이거나 세계적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실은 15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외국의 기자실 및 국정공보기구 실태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기자실을 부정적 존재로만 인식=보고서는 ‘선진국에는 기자실이 없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나라마다 정치체제 및 사회문화적 전통과 현실이 다르다. 이 때문에 취재 방식도 다양한 형태를 띠므로 기자실을 없애는 것이 곧 개혁적이라거나 세계적 표준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정홍보처는 기자실이 지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부정적인 존재로만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홍보처는 미국의 경우 기자실이 있지만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에만 제한적으로 있으므로 한국과 비교해 기자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고, 일본은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으로 비판을 받고 있어 본보기가 될 수 없는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미국 백악관에 40명, 국무부 30명, 국방부에 50명이 상주하는 기자실이 있고, 일본도 각 부처는 물론 왕실, 지자체, 정당, 대기업 등에 기자실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과 일본은 현실적으로 기자실이 있고 유럽 국가들은 정치체제상 행정부에 기자실을 두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이 독주하는 제왕적, 권위주의적 대통령제이므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오히려 (기자들과의) 소통 공간 확충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홍보처 같은 기구 찾아보기 어려워=보고서는 국정홍보처의 기능에 대해 “외국의 경우 국내 공보는 별도의 일원화된 조직을 두지 않고 각 부처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 대신 해외 공보는 전담부서나 기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 공보업무를 전담하는 단일 기구가 없다. 백악관은 대통령 공보비서, 내무부는 공보책임자, 농무부는 행정국 안에 공보실을 두고 있다.

프랑스도 문화미디어부가 있지만 공보처는 따로 없다. 독일은 국정홍보처와 유사한 연방공보처가 있지만 미디어(신문 방송 등) 관련 정책을 수립 집행하지는 않는다는 것.

반면 해외 공보를 위해 미국은 백악관에 세계공보국을, 국무부에 ‘공공외교 및 공보담당 차관’을 두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외무부가 해외 공보 업무를 관장하고 비영리 전담기구인 브리티시 카운슬, 괴테 인스티튜드,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각각 두고 있다.

박찬숙 의원은 “홍보처가 주로 인용하는 선진국은 국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해외 홍보에 적극적이다”며 “국내 언론을 통제하고 사사건건 마찰만 빚는 홍보처 같은 기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보자 안 밝혀도 처벌 금지’

호주 의회 ‘기자 면책법’ 가결▼

호주 연방의회가 기자들이 기사와 관련해 제보자를 밝히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언법’ 수정안을 14일 가결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그러나 호주 야당과 언론계는 이 법안만으로는 언론 자유를 수호하기 힘들다며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명 ‘기자 면책특권법’으로 불리는 이 수정법안은 판사에게 재량권을 줘 기자들에게 기사의 비밀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그러나 재량권 판단에는 국가안보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데이비드 존스턴 법무장관은 수정법안이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 필요성’과 ‘법정에서 모든 증언이 공개돼야 할 필요성’ 사이에 적절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과 언론계는 수정법안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비판했다. 정부 비밀 유출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회부된 기자들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비난 여론을 불식하려는 회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앞서 호주 일간 헤럴드 선의 마이클 하비 기자와 제러드 맥마너스 기자는 정부가 참전용사들의 연금을 삭감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내부 고발자에게서 정보를 얻어 이 내용을 보도했지만 정부가 이들을 고소해 재판에 회부됐다. 현행 호주법에는 기자가 기사의 출처를 판사에게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이들은 내부 고발자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해 실형이 확실시된다.

호주 언론들은 두 기자의 구명을 위해 지난달 ‘호주 알 권리 연합’을 창설해 공동전선을 펴기 시작했다. 언론에 적대적이었던 정부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문인들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이 운동에 동참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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