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자면책특권법 제정

  • 입력 2007년 6월 1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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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방의회가 기자들이 기사와 관련해 제보자를 밝히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언법' 수정안을 14일 가결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그러나 호주 야당과 언론계는 이 법안만으로는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힘들다며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명 '기자 면책특권법'으로 불리는 이 수정법안은 판사에게 재량권을 줘 기자들에게 기사의 비밀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그러나 재량권 판단에 있어 국가안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규정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데이비드 존스턴 법무장관은 수정법안이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 필요성'과 '법정에서 모든 증언이 공개돼야 할 필요성' 사이에 적절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과 언론계는 수정법안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비판했다. 정부 비밀 유출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회부된 기자들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회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앞서 호주 일간 헤럴드 선의 마이클 하비 기자와 제러드 맥마너스 기자는 정부가 참전용사들의 연금을 삭감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내부고발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이 내용을 보도했지만 정부가 이들을 고소해 재판에 회부됐다. 현행 호주법에는 기자가 기사의 출처를 판사에게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이들은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해 실형이 확실시된다.

호주 언론들은 두 기자의 구명을 위해 지난달 '호주 알권리 연합'을 창설해 공동전선을 펴기 시작했다. 언론에 적대적이었던 정부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문인들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이 운동에 동참했다.

노동당의 던컨 커 의원은 "수정법안에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다. 언론이 정보공개를 요청할 때마다 '기밀사항'이라며 이유로 번번이 거부해 온 정부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의 케리 네틀 의원 역시 수정법안이 정부의 언론자유 침해를 허용할 뿐이라며 "다시 한번 언론자유는 정부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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