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민주주의 발전, 낡은 이론”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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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일까.

미국 언론인 퍼트리샤 코언은 14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에서 최근 미 학계의 논의를 인용해 ‘경제적 개방이 정치적 자유를 이끈다는 오래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정치학자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6000∼8000달러 규모로 성장해 중산층이 형성되면 이들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해 민주주의가 꽃피게 된다고 설명해 왔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도가 극히 예외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자릿수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중국과 유가 급등세에 힘입어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독재적 정치 제도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쟁을 촉발했다.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러시아는 20, 30년 후 민주주의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은 아직 10억 명의 빈곤층이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며 “두 나라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그랬듯) ‘아시아적 가치’와 같은 논리로 비민주적인 정치 제도를 합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정치 제도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중국의 정치 체제에 대해 “적어도 수십 년 동안은 독재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민주주의 개념이 모호해졌다는 것’과 ‘선거가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번영이 불평등한 소득 분배로 이어져 민주주의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주장을 하거나 ‘반자유주의적(illiberal)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생겨났다.

브루스 스콧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시작된 미국의 특수한 사례를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헌법과 선거 제도만 있으면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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