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나쁜들 어떠리… 완주하면 행복한 것을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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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워싱턴 해병대 마라톤에 참가한 오프라 윈프리 씨. 윈프리 씨는 1년여의 훈련을 거쳐 생애 처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후 마라톤 붐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4년 워싱턴 해병대 마라톤에 참가한 오프라 윈프리 씨. 윈프리 씨는 1년여의 훈련을 거쳐 생애 처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후 마라톤 붐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모든 이들의 에베레스트.’

42.195km의 짧지 않은 거리가 누구나 정복을 꿈꿔 보는 대상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마라톤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새 훈련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남녀노소, 체력을 불문하고 누구나 천천히 달리며 마라토너가 되는 세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마라톤의 목표는 경쟁이 아니라 완주’라는 흔한 말이 이젠 꼴찌 마라토너를 위로하는 수식어가 아니라 현대 마라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주는 말이 된 것.

미국에서는 30여 년 전에도 큰 마라톤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 붐은 1972년 예일대 출신의 변호사 프랭크 쇼터 씨가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마라토너의 목표는 가장 빨리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따라서 마라토너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하루 2번씩 매일 빼먹지 않고 뛰는 힘든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오늘날 마라톤은 더는 그런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마라톤의 표어는 ‘적당히(moderation)’다. ‘주당 6일은 뛰어야 한다’는 1970년대식 구호는 사라졌다.

최근의 마라톤 붐은 1994년 점화됐다. 인기 흑인 여성 TV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씨가 워싱턴 해병대 마라톤에서 느리지만 쉬지 않고 뛰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4년만 해도 미국 전체에서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은 27만700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그 수가 41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 있는 마라톤 훈련 중의 하나는 ‘걷기’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다. 1972년 올림픽 마라톤 선수였던 제프 갤러웨이 씨는 “규칙적으로 일정 구간을 걸으면 42.195km를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신념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해 갤러웨이식 프로그램으로 훈련받은 사람 중 1만8000명이 걷다 뛰다 하며 마라톤을 완주했다.

물론 옛날 방식의 마라톤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갤러워커(Gallowalker)’라고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빌 피어스 퍼먼대 건강과학부 교수는 “걷기만 해서 5시간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들 무슨 문제겠느냐”며 “마라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 마라톤에는 3만8368명이 출발해 3만7869명이 완주했다. 99%에 이르는 놀라운 완주율이다. 워싱턴 해병대 마라톤이나 시카고 마라톤도 비슷한 정도의 높은 완주율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있었던 마라톤의 변화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마라톤은 경기이기에 앞서 신체의 활성화다. 와일연구소 운동과학자인 카윈 샤프 씨는 “우리 몸은 오래달리기를 통해 산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달려야 과연 ‘오래’인가. 많은 전문가는 30km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갤러웨이 씨 같은 이는 마라톤 풀코스를 정복해 보기를 권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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