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이라크 병력증파의 딜레마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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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는 진통 끝에 ‘이라크 내 미군을 위한 국방예산 추가 배정을 승인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초처럼 ‘가까운 미래에 미군 병력을 축소해야 한다’ ‘이라크 자체 방어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조건도 달지 않았다. 이제 병력 증파(The Surge)가 이라크전쟁의 상황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믿게 된 걸까.

답은 부정적이다. 올가을 이전에 이라크의 치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8 회계연도에 필요한 전쟁예산을 의회로부터 얻어내는 일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장이 공언한 대로 부시 대통령의 증파 전략이 성공하려면 올여름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증파 정책의 효과는 낙관하기 어렵다. 계획된 증파 병력 3만 명 중 20%는 아직 현지에 도착하지 못했고 합동 검문소 역시 이라크 전역에서 3분의 2만 설치된 상태다. 따라서 현재 나타난 결과는 잠정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긍정적인 현상도 있다. 사법 처리의 대상조차 되지 않지만 살인사건이 1월보다 60% 이상 줄었다. 이라크 내전 상황이 일시적이나마 잠잠해졌음을 뜻한다.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 민병대를 포함한 시아파 무장 세력이 당분간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니파가 이라크 정부 및 미국과 손발을 맞춰서 알 카에다 조직에 맞서겠다는 뜻을 세운 것도 호재다. 폭력사태가 줄었고 라마디 지역에서 하루 발생하는 폭력사태도 평균 25건에서 4건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장밋빛 전망을 흐리게 만든다.

첫째, 알 카에다 및 잔존 테러집단의 저항이 계속된다. 그들은 차량폭탄테러와 온몸에 폭탄을 두른 자살폭탄테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 미군을 포함한 사망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피해자는 대부분이 사담 후세인 정권 이후 권력을 잡은 시아파다.

둘째, 이라크 정파 간 타협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퍼트레이어스 중장도 군사적 수단만으론 치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거듭 호소했다. 특히 이라크 석유자원의 종파 간 분배 방식을 다룰 ‘석유자원법안’은 법제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후세인 치하의 바트당에 협조했던 수니파의 하급직 공직자가 일자리를 찾으려면 시아파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 문제 역시 진전의 기미는 없다.

미 국방부가 확인했듯이 이라크 경제는 잘 봐 줘야 그럭저럭 정도다. 석유 수출입 및 해외 원조가 꾸준하고 무리한 소비재 보조금 정책이 개편된 것은 적어도 정부 차원의 경제정책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중앙정부에 여유자금이 있어도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거나 아예 집행되지 않는 ‘행정 부재’의 지속이 문제다.

전화 및 인터넷 접속을 제외하면 전기 수도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후세인 치하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실업률은 3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부 희망적 징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몇 달 안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부시 대통령의 ‘증파 해법’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반전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정치적 이득을 볼 공산이 크다. 앞으로 몇 개월은 이라크와 미국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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