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국익외교 경쟁…냉정한 ‘동북아 4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양대 초강대국 간 냉전이 종식된 지 10여 년. 유일 슈퍼파워 미국의 독주시대가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급부상과 도전적 태도로 냉전 이후 국제정치 질서가 크게 출렁이는 양상이다.

이 같은 세계 질서의 변화 조짐은 미국이 사실상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지면서 국제적인 위상과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 중국이 경제는 물론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고 러시아가 과거의 지위 회복을 노리면서 미국과의 경쟁 체제로 전환 중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휘말린 탓에 일어난 일시적 주도권 경쟁일 뿐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유럽에서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질서에 맞서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가는 분위기다.

○ 아시아,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동맹 강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오전 메릴랜드 주 캠프데이비드 산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동아시아 지역 최대의 전략적 파트너’(백악관 측 표현)로서 양국 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해 갈 것임을 확인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 국교 정상화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부시 대통령도 “미국은 납북자 문제를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분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주지시켜 왔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일본의 최신예 F-22 전투기 구매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지난달 양국 간 ‘안전보장 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을 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삼각 안보동맹이 구축된 셈이다.

이 같은 동맹체제 강화가 중국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중국은 조용히 경제대국 건설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 중국의 군사적 역량 급성장은 주변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 위성공격용(ASTA) 미사일 발사 실험은 그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27일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후임에 미국통인 양제츠(楊潔지·57) 외교부 부부장을 임명했다. 중국이 리 전임 부장에 이어 미국 전문가를 외교부 수장 자리에 임명한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을 계속 외교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유럽,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경쟁

냉전 종식으로 파산 국가 신세이던 러시아가 요즘 들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도전적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 벌써부터 유럽에서 ‘신(新)냉전’ 또는 ‘차가운 평화(Cold Peace)’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일 국정연설을 통해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의 유예를 선언했다. CFE 조약은 냉전시대의 사실상 종결을 알린 동서 양 진영 간 협력의 산물이었으나 이제 그 이행 중단은 다시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미 양국은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러시아는 미국의 MD에 맞서 중거리핵전력제한협정(INF)을 철회하고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MD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아 왔다.

푸틴 대통령은 27일에도 “미국의 MD 체제는 상호 파괴의 위험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우호 관계를 다지면서 미국에 맞서는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무기 거래를 확대하는 등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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