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 정신질환 학생 격리에 어려움

  • 입력 2007년 4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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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무차별 총격 사건의 범인 조승희 씨가 오래 전부터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면 왜 진작 그런 이들을 격리해 치료하지 않았을까?

조 씨의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씨처럼 정신질환을 가진 학생들에 대한 조기 격리 또는 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 대학 당국은 인권 침해와 다른 학생들의 안전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9일 대부분의 경우 미국 대학들은 당사자 학생의 동의 없이는 부모에게조차 자녀의 의료기록 등 어떤 문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학 정신보건 전문가인 리처드 카디슨 박사는 "학생들이 이상한 주제의 글을 썼다고 해서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전기톱이 등장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기괴하고 끔찍한 내용의 희곡 습작을 썼다는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디슨 박사는 또 "대부분의 주(州) 법률에 따르면 대학은 학생의 행동이 본인 또는 다른 이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이들을 병원에 보낼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예시바대학의 정신병학자이자 학생처장인 빅터 슈워츠 교수는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특정 학생의 의료 기록 및 정신과 상담기록에 대한 기밀을 유지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관계 당국과 학부모에게 특정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위험한 균형을 잘 잡지 못하면 소송에 걸리게 되고 적지 않은 돈의 배상금을 물어주기도 한다.

2000년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 엘리자베스 H 신이 분신자살한 이후 그가 과거 몇 차례 자살 관련 메모를 남겼으며 학교 측이 제공한 상담 서비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러자 딸의 상태가 이렇게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던 그의 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277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학교 측은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 자살을 기도했다가 병원 신세를 진 학생이 헌터대학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자 자신의 병력을 공개한 뉴욕시티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시티대학은 지난해 8월 6만5000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사례도 있다.

조지워싱턴대학은 작년 우울증 증세로 입원하려던 조던 노트의 입학을 불허, 차별금지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에 응해야 했다.

스틴 텍사스대학의 크리스 브라운슨 심리상담국장은 "그것은 정말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학 당국은 최근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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