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대 세계 최초 '상장대학' 추진…연구자금 조달 목적

  • 입력 2007년 4월 17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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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뭄바이 대학이 대학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주식시장 상장(IPO)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17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150년 전통의 뭄바이 대학은 10월경 발표할 대학 발전 기금 모금 계획안에 학교의 주식 시장 상장 계획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비제이 콜 부총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현할 돈이 없다"며 연구와 대학 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등록금 책정부터 특별전형으로 선발 가능한 정원까지 정부가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이 대학의 '상장 대학' 추진은 혁명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뭄바이대학이 기업 공개를 하려면 주주들에 수익금 배분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연구와 학부생 교육에 중점을 둔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뭄바이 대학이 처음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아폴로 그룹의 피닉스 대학은 연구 기능 없이 온라인을 통해 직업 교육을 제공해 대학이라기보다는 직업훈련기관에 가깝다.

이번 뭄바이대학의 상장대학 추진에는 인도 교육제도의 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정보 기술과 금융 산업의 주도로 연평균 성장률이 9%를 기록하면서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지만 대학 교육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아지트 랑네카르(Ajit Rangnekar) 인도 경영대 부학장은 "지난 30년간 인구가 2~3배 늘었는데도 교육 부문은 제자리걸음"이라며 "10억 인구를 가진 나라가 인재난을 겪는 우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데이비드 커프 교수(공공정책)는 "스탠퍼드와 같은 명문대학이 최근 6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 기금 모금 캠페인에 돌입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대학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려는 뭄바이대학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의 경영 마인드를 강조하는 서구의 대학 관계자들조차 뭄바이대학의 새로운 시도를 비판한다. 대학이 상장되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겨주기 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연구 활동은 접고 고급 인력 제공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앨런 길버트 부총장은 "뭄바이대학의 상장 추진은 '대학도 비즈니스'라는 잘못된 시각에 근거한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며 "대학은 상업성이 없는 연구를 하고, 갤러리와 박물관을 운영하며 공공 기능을 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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