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피터 베이커 기자는 8일자 신문에 실린 ‘쉿(Pssst), 백악관에서 새는 정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년간 백악관 취재를 하면서 경험한 부시 백악관의 정보 장악과 유출 문제를 다뤘다. 다음은 기사 내용 요약.
▽대답 없는 관리들=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는 워싱턴에 온 러시아 크렘린의 관리조차 “볼셰비키 같다”고 농담할 정도다.
올 2월 초 미식축구 최종전인 슈퍼볼을 앞두고 기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TV가 어떤 제품인지 물었지만 이 같은 사소한 질문에조차 답변을 듣지 못했다. 법조 기자가 법률비서관에게, 경제 기자가 경제참모에게 현안 설명을 듣는 관행이 현 행정부의 백악관에선 깨졌다. 전화번호를 남겨도 답신은 없다.
▽불만은 안에서 해결=현 부시 대통령은 철저한 팀워크 및 보안유지를 유독 강조한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아버지 사람들’은 아들인 자신에게 “백악관에 접근이 안 된다”고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 대통령에게 말을 전달할 수 없게 된 나머지 언론을 상대로 자기 논리를 퍼뜨리는 일이 잦았다.
현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이런 잘못을 막기 위해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내부 불만이 있는 인사는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었지만 언론에 달려가 자기 논리를 만천하에 공표하는 일은 드물어졌다.
▽그래도 새는 정보=부시 백악관은 이처럼 똘똘 뭉치기와 강력한 충성심으로 무장됐지만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 일이 생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관타나모 기지의 테러범수용소를 없애자”고 제안했지만 딕 체니 부통령과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이 반대해 무산된 사실이 흘러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보좌관이 베이징 2·13합의를 두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단호하지 못하다”고 쓴 e메일도 공개됐다. 이라크 정책 지휘부의 인사교체 논의 내용도 언론에 흘러나왔다. 임기 말이고 내부 갈등이 치열한 사안이라면 과거 행정부에서도 어느 정도는 나타났던 ‘누수’ 현상이긴 하다.
▽리크(leak·누설)의 미학이 없다=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보비서관이었던 조 로커트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문과 함께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내부자 6명이서 쑥덕거리며 처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인사철이 오면 하마평 정도는 흘려주면서 잘못될 수 있는 사안을 사전에 바로잡았다. 주요 정책에 있어서는 대통령 책상에 보고되기 전 언론을 통한 걸러내기 작업이 진행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선 언론에 사전 유출할 정책을 전략적으로 정하고 언론사 순번까지 짜 놓았다. ‘화요일이라면 유에스에이투데이’라는 식이다. 대체로 공식 발표 24시간 전쯤에 슬쩍 흘렸다.
특종 보도한 언론사는 기사를 키우고, 다른 회사가 추적 보도에 나설 때 홍보 효과가 극대화한다는 믿음 속에서 이 같은 일이 진행됐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이 같은 ‘누설의 순기능’이 사라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꼬집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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