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언론 따돌리더니…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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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한바탕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보좌진은 한데 똘똘 뭉쳐 ‘특종 안 주기’, ‘취재 요청 제한하기’에 나섰고, 취재기자들도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맞서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의 피터 베이커 기자는 8일자 신문에 실린 ‘쉿(Pssst), 백악관에서 새는 정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년간 백악관 취재를 하면서 경험한 부시 백악관의 정보 장악과 유출 문제를 다뤘다. 다음은 기사 내용 요약.

▽대답 없는 관리들=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는 워싱턴에 온 러시아 크렘린의 관리조차 “볼셰비키 같다”고 농담할 정도다.

올 2월 초 미식축구 최종전인 슈퍼볼을 앞두고 기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TV가 어떤 제품인지 물었지만 이 같은 사소한 질문에조차 답변을 듣지 못했다. 법조 기자가 법률비서관에게, 경제 기자가 경제참모에게 현안 설명을 듣는 관행이 현 행정부의 백악관에선 깨졌다. 전화번호를 남겨도 답신은 없다.

▽불만은 안에서 해결=현 부시 대통령은 철저한 팀워크 및 보안유지를 유독 강조한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아버지 사람들’은 아들인 자신에게 “백악관에 접근이 안 된다”고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 대통령에게 말을 전달할 수 없게 된 나머지 언론을 상대로 자기 논리를 퍼뜨리는 일이 잦았다.

현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이런 잘못을 막기 위해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내부 불만이 있는 인사는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었지만 언론에 달려가 자기 논리를 만천하에 공표하는 일은 드물어졌다.

▽그래도 새는 정보=부시 백악관은 이처럼 똘똘 뭉치기와 강력한 충성심으로 무장됐지만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 일이 생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관타나모 기지의 테러범수용소를 없애자”고 제안했지만 딕 체니 부통령과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이 반대해 무산된 사실이 흘러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보좌관이 베이징 2·13합의를 두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단호하지 못하다”고 쓴 e메일도 공개됐다. 이라크 정책 지휘부의 인사교체 논의 내용도 언론에 흘러나왔다. 임기 말이고 내부 갈등이 치열한 사안이라면 과거 행정부에서도 어느 정도는 나타났던 ‘누수’ 현상이긴 하다.

▽리크(leak·누설)의 미학이 없다=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보비서관이었던 조 로커트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문과 함께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내부자 6명이서 쑥덕거리며 처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인사철이 오면 하마평 정도는 흘려주면서 잘못될 수 있는 사안을 사전에 바로잡았다. 주요 정책에 있어서는 대통령 책상에 보고되기 전 언론을 통한 걸러내기 작업이 진행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선 언론에 사전 유출할 정책을 전략적으로 정하고 언론사 순번까지 짜 놓았다. ‘화요일이라면 유에스에이투데이’라는 식이다. 대체로 공식 발표 24시간 전쯤에 슬쩍 흘렸다.

특종 보도한 언론사는 기사를 키우고, 다른 회사가 추적 보도에 나설 때 홍보 효과가 극대화한다는 믿음 속에서 이 같은 일이 진행됐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이 같은 ‘누설의 순기능’이 사라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꼬집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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