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유층 자녀들 “니 하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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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잘 가르치는 교사를 소개시켜줄 수 없나요.”

“어떻게 하면 중국어 보모를 구할 수 있나요.”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중국대표부 소속 외교관들은 동료 외교관에게서 이런 문의를 자주 받는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어 학습 열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중국문화원. 뉴요커를 대상으로 중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 주된 활동인 이곳에는 몇 년 전부터 어린이 방문객이 늘어났다.

맨해튼 부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어 조기 교육 열풍이 불면서 중국어 코스에 등록한 어린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0주간 진행되는 코스의 수강료가 680달러(약 65만 원)이지만 벌써 강좌가 30개로 늘어났다.

미국에서 현재 움트기 시작한 중국어 열풍은 세계화에 눈을 뜬 중산층 이상 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주도하는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은 여전히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압도적이다.

미국 외국어교육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대학에서 중국어를 수강한 학생은 3만4153명으로 스페인어(74만6267명), 프랑스어(20만1979명)는 물론이고 독일어(9만1100명)나 이탈리어어(6만3899명)에 비해서도 적다.

그러나 점차 공교육에서도 중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중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대학교육위원회가 200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교에서 대학교과목선행학습(AP)으로 중국어를 개설하고 싶다고 응답한 학교가 2400개교에 달했다. 공교육에서도 중국어에 대한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뉴욕에 있는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최근 2015년까지 미국 전체 고등학생 중 약 5%에 해당하는 75만여 명이 중국어를 수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어 교육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어는 어렵다. 영어 사용자 기준으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려면 480시간이 필요한 반면 중국어를 이 수준으로 하려면 1300시간이 필요하다. 또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중국어 교사 확보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교육에서 중국어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미국에서 중국어 강좌 확산을 위해 교재와 교사 확보를 적극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국어 열기가 조만간 미국 공교육에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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