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성 생포 위성’ 발사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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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8일 6개의 인공위성을 실은 아틀라스 운반로켓이 발사됐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조용한 발사였다. 그러나 내용을 한 꺼풀 들춰 보면 이들 위성에는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여는 획기적인 기술이 담겨 있었다. 핵심은 한마디로 위성이 다른 위성에 ‘손을 댈’ 수 있는 기술이다. 일명 ‘궤도급행(Orbital Express)미션’으로 명명된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미국은 미래의 우주전쟁에서 러시아나 중국 같은 가상의 적을 확실하게 제압하는 길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3억 달러(약 2842억 원)를 들여 공군우주기술프로그램(SPT)의 1단계로 실시하는 이번 실험은 6월까지 91일간 이어진다.》

▽위성과 위성의 첫 만남=6개의 인공위성 모두 군사적 용도로 쓰이지만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약칭 애스트로(ASTRO)로 불리는 자율우주운반 로봇 위성과 넥스트샛(NextSat)으로 불리는 시험 위성.

이 두 위성은 우주에서 위성끼리의 도킹 및 조립, 해체 작업을 사상 처음으로 진행한다.

미 스페이스닷컴이 밝힌 시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애스트로와 넥스트샛은 한 덩어리로 조립돼 우주에 발사된 뒤 분리된다. 그 뒤 무게 952kg, 높이와 폭이 각각 1.8m인 원형형태의 애스트로는 다른 궤도에서 도는 무게 226kg, 높이와 폭이 각각 1m인 넥스트샛을 추적한다.

추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애스트로는 싣고 있는 136kg의 추진연료를 가동해 넥스트샛에 천천히 접근한다. 이어 애스트로의 로봇 팔이 작동해 두 위성은 단단히 결합되며 애스트로는 넥스트샛의 연료를 재충전하고 소프트웨어를 교체한 뒤 수리까지 하게 된다.

▽획기적인 기술 진보=지금까지 인공위성은 싣고 간 연료가 다 소비되거나 고장 나면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불과했다. 특히 연료 소모가 많은 정찰위성은 수명이 1년 내외로 짧다.

그러나 애스트로가 성공하게 되면 연료 주입은 물론 수리까지 가능해져 위성의 수명이 크게 늘어나며 새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공위성은 입력한 대상물에 대한 감시가 필요 없어져도 프로그램된 궤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애스트로가 도입되면 용도 폐기된 위성을 끌어다 새 궤도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로봇 팔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교체함으로써 다른 임무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의 경계=미국의 이번 시험에 가장 긴장하는 국가는 뒤늦게 우주 개척에 뛰어든 중국. 중국 셴다이콰이(現代快)보는 13일 이번 시험이 미국 측 발표 이상의 목적을 가진 극비 우주계획의 일환으로 시험이 성공하면 미국의 우주전쟁 능력은 획기적인 수준으로 향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위성 간 도킹을 ‘별을 사로잡는 기술’로 표현하면서 우주전쟁의 핵심인 인공위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적국의 위성들을 ‘생포’해 파괴하지 않고도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궤도를 이탈시켜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나아가 기술이 향상되면 상대편 위성의 시스템을 바꾸어 자국 위성으로 만들거나 역정보를 제공하는 ‘이중간첩 위성’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

애스트로는 스스로 궤도를 수정하기 때문에 요격하기도 힘들다. 미 항공우주국(NASA) 대신 미 국방부가 주관하는 이번 시험은 우주를 미국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들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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